이역만리 바다에서 파병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 제34진(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19일 오전 8시 현재까지 모두 2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바다를 건너 전해지고 있습니다. 문무대왕함 승조원의 82%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감염이 확산한 데에는 함정의 ‘밀집‧밀폐‧밀접’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의심환자가 나타났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군의 잘못이 더 커 보입니다.
군의 대표적인 실책으로는 의심증상이 나타난 장병 40여명을 지난 10일 처음 검사했을 때 ‘신속항체검사 키트’를 사용한 것이 꼽힙니다. 합동참모본부는 항체검사 결과 장병들에게 전원 음성이 나왔고, 이 때문에 사흘이 지난 뒤에야 유전자 증폭(PCR·피시아르) 검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할 때 피시아르 검사를 한다는 건 익숙하지만, ‘신속항체검사 키트’로 항체검사를 한다는 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항체는 감염된 뒤 2주 정도 지나야 생기는 것으로, (청해부대가 사용한) 신속항체검사 키트로는 초기 감염을 감별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군이 코로나19 감염을 빠르게 확인하는 신속항원검사와 신속항체검사의 차이를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법한 대목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난 4월 개인들에게 판매가 허가된 개인용 신속항원검사 키트, 즉 자가검사키트의 사용이 늘면서 이건 또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올 법합니다. 자가검사키트는 가짜 음성 판정이 나올 확률이 높아서 최근 전문가들은 이 키트의 사용을 4차 유행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헷갈리시죠? 그런데 의외로 코로나19 검사 방법을 구분하는 건 간단합니다. 육하원칙 중에서 “누가”, “무엇을” 두 가지만 기억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를 검사하느냐, 특정 단백질을 검사하느냐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자면, 코로나19 검사 방식은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무엇을’ 검사하는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검사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검사하는가. 이 가운데 가장 흔한 검사는 앞서 말씀드린 피시아르 검사입니다.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아주 소량의 바이러스가 있어도 초기에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정확도가 99%에 달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할 때 씁니다.
신속항원검사는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검사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체내에 바이러스 양이 충분히 많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진단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시간이 걸리는 피시아르 검사보다 15분 내외로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오기 때문에 ‘신속’이라는 타이틀이 붙지만,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두 검사 모두 일반적으로 콧속 깊숙이 면봉을 찔러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청해부대 장병에게 쓰였던 신속항체검사는 뭘까요? 이 검사는 감염 진단이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설 수 있는 항체가 생겼는지를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직접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것이 아닌 데다가, 항체는 감염 혹은 백신 접종 약 2주 뒤에나 생깁니다. 과거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지금 현재 감염됐는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청해부대 장병들에게 신속항체검사 키트를 사용했을 때 전원 음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감염 여부를 확인할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검사 키트를 가져간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합니다.
‘무엇을’ 검사하느냐에 못지않게 ‘누가’ 검사를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체액이나 혈액 등 검체를 의사 등 전문가가 채취하는지, 그렇지 않은 일반인이 스스로 채취하는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후자는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을 주장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를 내어주면서 현재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개인용 자가검사키트입니다. 자가검사키트는 신속항원검사 키트인데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키트를 뜻합니다. 전문가들은 의료인이나 검사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는 까닭에 정확도가 더 낮게 나타날 것을 우려했습니다. 신속항원검사가 안 그래도 피시아르 검사보다 정확도가 낮은데, 심지어 일반인이 스스로 검사를 하면서 가짜 음성 판정을 받고 감염자가 아니라고 안심한 뒤에 실제로 주변에 전파할 가능성을 걱정했던 것이지요.
사실 국내의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대부분 전문가용으로 허가받은 상황입니다. 다만 지난 4월에 2개 업체가 개인용 신속항원검사 키트, 즉 자가검사키트를 조건부 판매 허가받았고요. 지난 13일엔 1개 업체가 이번에는 정식 판매 허가를 받았습니다. 조건부 판매 허가를 받은 2개 업체는 오는 23일까지 추가 임상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식약처는 8월 말까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정식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청해부대가 지난 2월에 나갈 때는 항원키트가 개발이 안 돼 있었다. 항체키트도 막 개발이 된 상태였다’는
국방부의 해명이 왜 터무니없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이미 지난 11월에 정식 허가를 받은 상태였고, 응급실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급하게 진단검사를 해야 할 때 쓰이고 있었으니 “지난 2월에 개발이 안 되어 있었다”는 설명은 거짓이지요. 만약 국방부가 말한 키트가 개인용을 일컫는 것이라면, 신속항체검사 키트가 아직 국내에서 자가검사용으로 허가가 난 게 없기 때문에 허가도 나지 않은 키트로, 심지어 적당하지도 않은 검사를 했다는 설명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군의 해명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무더운 나라에서 고생하고 있을 장병들만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