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30만명대로 올라선 29일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의료진 등이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사적모임 8인·영업시간 밤 11시’인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10인·밤12시’로 완화하는 방안을 다음달 1일 발표하려고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완만한 감소세로 돌아선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다시 커질 가능성은 적지만,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날 상황에 대비해 의료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2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4만7554명(국내 발생 34만7513명, 해외 유입 41명)으로 집계됐다. 전날(18만7213명)과 견줘 16만341명 늘면서 다시 30만명대로 올라섰지만, 지난주 같은 요일인 22일(35만3911명)보다는 6357명 적다. 1월 둘째 주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던 하루 평균 코로나 주간 확진자는 지난주 11주 만에 감소세로 꺾였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지난주에 이어서 확진자가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고, 오미크론 유행은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되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유행의 고비는 일단 넘어섰지만 지난주 기준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2(스텔스 오미크론)의 검출률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변수를 고려해 정부는 거리두기 폐지 대신 소폭 완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유행 감소세가 현재 완만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다시 확진자 숫자가 올라갈 수 있다”며 “영업시간 제한을 완전히 푸는 등 전면적인 거리두기 해제보단 ‘10인·밤12시’로 단계적으로 완화하자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은 델타에 비해서 전파력이 2∼3배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거리두기를 비롯한 방역조치의 유행 억제 효과가 상당히 약화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다만, 일시에 모든 거리두기 조치 등을 해제하는 경우 유행이 증폭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에 단계적,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0일 오후 3시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 분과 대면 회의와 31일 총리가 주재하는 방역전략회의 등을 거쳐 4월1일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도 거리두기 완화가 향후 유행에 미칠 영향은 적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지만, 완만한 감소세가 오래 지속될수록 의료체계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코로나 비상대응특위 위원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한겨레>에 “국민 절반가량이 코로나에 확진된 상황에서 날씨도 따뜻해지면 바이러스가 약화되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주 평균 확진자는 차츰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사망자가 늘고 있어 고위험군·응급 코로나 환자들이 제때 치료할 수 있도록 대학병원의 코로나 진료 참여를 늘리고 주사치료제인 렘데시비르를 동네 병원에서 맞도록 접근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위중증 환자 발생 비율이 낮지만, 소수의 위증증 환자가 꾸준히 1000명대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대응체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유행 장기화로 이미 의료진들이 소진된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데 보상도 없이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점’ 이후 2∼3주 뒤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추세와 관련해 “중환자가 누적되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이제 시작이고 이제부터 고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준 사망자는 237명으로, 사망자는 사흘째 2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1215명으로 역대 최다로 집계된 전날 1273명보다 58명 줄었지만, 지난 27일 이후 사흘 연속 1200명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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