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가 23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성모병원에서 공동 주최한 ‘의대 정원 조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보건의료 정책 밑그림을 그린 전문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5년간 한시적으로 504명씩 늘렸다가 10%씩 줄이자고 제안했다. 당장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면 증원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론 인구 감소 등으로 의사가 과잉 공급될 수 있어 5년 단위로 검토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23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성모병원 대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포럼에 나와 “2025~2029년 5년 동안 504명씩 늘리고 2030년에 정원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이날 포럼에서 박 교수는 2070년까지 의사 수를 추계했다. 통계청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2070년까지 진료비를 예상하고, 진료비 대비 의사 수를 따져보는 방식이다. 그 결과 현재 의대 정원 3058명을 그대로 유지하면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 기준 지난해 7661명에서 2030년 최대 1만560명까지 부족해졌다가,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2050년부터 의사 과잉이 시작돼 2070년엔 7만4662명이 초과 공급된다고 예상했다.
박 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 갈등 때 줄인 의대 정원 351명을 회복하고 이번에 지역 의대에 정원 153명(현재 의대 정원 3058명의 5%)을 추가로 늘려서 모두 504명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의약분업 감축 인원인 351명만 증원하는 안과 1천명씩 증원하는 안까지 대안으로 제시했다. 2025년부터 이렇게 의대 정원을 늘리면, 2070년엔 최소 8만7298명에서 최대 11만662명 공급 과잉 상태가 된다는 게 박 교수의 계산 결과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의대 정원을 2025∼2029년 5년간 한시적으로 늘렸다가 2030∼2034년 3058명, 2035년부터 5년마다 10%씩 줄이는 방안이 적정한 대안이라는 게 박 교수 주장이다. 박 교수는 “5년만 증원해도 2070년이 되면 5만8천명 정도가 남는다”며 “지금은 분명히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할 때이지만, 10년만 지나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와 인구가 어떻게 변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5년 단위 검토가 꼭 필요하고, 이를 검토할 의료인력검토위원단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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