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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의대 증원에 ‘불수능’ 맞물려…수험생 혼란, 학원가 들썩

등록 2023-11-23 12:07수정 2023-11-23 20:06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전국 40개 의대가 내년에 치러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을 최대 2847명까지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수요 조사 결과가 알려지자 입시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확정된 수치가 아니라 요구 사항을 취합한 발표이지만, 당장 내년부터 증원될 가능성이 큰 데다 올해 수능까지 어렵게 나온 터여서 상위권 학생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의대 증원 계획과 ‘불수능’(어려운 수능)이 맞물려 학원가는 일찌감치 들썩이는 분위기이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23일 한겨레에 “앞으로 상위권 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모든 반은 ‘의대반’이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특히 의대 진학 목표로 하는 반수생을 위한 반을 적극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학원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입시업체 관계자는 “수능 이후 분위기가 예년과 다르다”며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입시 설명회 참여도나 상담 요청이 크게 늘었고, 입시 컨설팅 예약도 즉각 마감됐다”고 했다. 이미 대형 기숙학원들은 지난 10월 중순께 의대 윈터스쿨 모집을 마쳤는데, 대부분 온라인 접수 5분여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지난 16일 수능을 치른 상위권 수험생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의대 증원 소식에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어 이번 정시 전형 때 안전하게 지원하는 게 나을지, 재수를 염두에 두고 소신 지원을 해야 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서 늘지, 증원 규모는 얼마나 될지 등이 확정되기 전이라 수험생 입장에서는 방향 잡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정시 원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의대 정원 확대한다 해놓고 지역인재전형 위주로 늘어나면 어떡하나. (올해 정시에서) 소신 지원해도 되는가.” “올해가 마지막 수능이라고 생각했는데 의대 정원이 많이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칠 것 같다”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종로학원은 전날 의대 모집 정원이 4000명 늘면 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2만2175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 결과를 내놨다. 이는 2024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응시자 23만2966명의 9.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과생 10명 가운데 1명은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게 된다는 의미다. 종로학원은 “올해 전국 의대 수시모집 지원자가 5만7192명이었고, 수시모집에는 총 6회 지원이 가능해 의대 지원자가 최소 9532명일 것으로 추정했다”며 “여기에 수시모집에 지원하지 않는 반수·엔수생을 합치면 실제 지원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해 나온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대학가에는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위기감이 맴돈다. 수도권 상위권 대학 이공계 신입생들의 경우 반수, 재수를 해 결국 의대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주요 대학 입학처장은 “의대로 빠져나가려는 이공계 신입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한다”며 “어떻게 해서든 학교·전공에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단과대학별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입시업계 예측도 다르지 않다. 임성호 대표는 “현 상황이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쪽 입시를 비롯해 대학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앞으로는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 공대에 입학해도 정착하는 게 아니라 의대 입시에 재도전하려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다. 그만큼 이공계 쪽 공백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짚었다.

한편으로는 증원 규모나 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간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의대 증원은 지방권 의사 수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어서, (정원을 대폭 늘려 달라는) 의대들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되긴 힘들다”며 “결국 비수도권 지역 대학이나 지역인재전형 위주로 정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도권 거주 수험생 입장에선 이점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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