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김영구 수학교과서연구소장
“10월5일 ‘교과서의 날’…수학 교과서에도 관심을”
“10월5일 ‘교과서의 날’…수학 교과서에도 관심을”
김영구 수학교과서연구소장이 ‘산학계몽’ 등 옛 수학교과서를 소개하고 있다.
원나라 ‘산학계몽’ 1660년 필사본 등
조선~최근 수학책 4천여권 수집
“일제땐 수학이 한글 접하는 창구”
교과서명 산술→셈본→산수→수학 1994년 연구소 열고 학자들과 공유
“교육 공공기관이 연구소 맡아줬으면” 김영구 소장은 대학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하고, 경남 마산(현재 창원시)의 입시학원에서 30여년 동안 수학을 가르쳤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수학교과서 박물관을 세워서 후대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수학교과서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골동품상과 경매사이트를 샅샅이 훑으며, 버는 돈을 몽땅 수학교과서 구입에 사용했다. 1994년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수학교과서연구소를 처음 열었다가, 2013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연구소라고 하지만 책을 보관한 공간의 내부면적은 20여㎡에 불과하다. 책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항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장에는 1660년 조선 중후반부터 2000년까지 340년 동안의 교과서·참고서 등 수학책 4천여권이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해방에서 6·25전쟁까지, 6·25전쟁 이후부터 2000년까지 등 크게 4개 시기로 구분해 진열돼 있다. 모든 책은 나프탈렌을 넣은 비닐봉지에 담겨 있다. 가장 오래된 책은 1책3권으로 구성된 ‘산학계몽’이다. 원래 중국 원나라 수학자 주세걸이 쓴 것인데, 연구소가 소장한 것은 1660년 전주부윤 김시진이 필사한 중간본이다. 이 외에도 1900년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펴낸 수학교과서인 ‘산술신서’, 1908년 6월30일 감리교가 펴낸 국한문혼용 ‘대수학교과서’, 일제강점기이던 1934년 10월30일 경기도가 농촌 미취학자에게 기초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 발행한 ‘농촌산술서’ 등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책이 수두룩하다. 해방 2년 뒤인 1947년 9월 경북 예천군 예천공립초급중학교(현재 경북도립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채홍종 교사가 공부하고 싶지만 책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직접 손글씨로 쓰고 등사기로 인쇄해서 펴낸 수학참고서 ‘초급 1년의 수학’ 등 교과서가 아닌 수학책도 있다.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4년 1월15일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초등과산수’를 보면, 육군소년지원병의 나이는 만 13살 이상 14살 미만이었으며, 체격은 키 143㎝ 몸무게 35㎏ 이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해방 다음 해인 1946년 10월12일 군정청 문교부가 ‘초등셈본’ 초판을 발행했는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9월10일 문교부가 ‘초등셈본’ 재판을 발행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수학교과서 이름이 일제강점기에는 ‘산술’, 해방 이후 1955년 초반까지는 ‘셈본’, 1955년 중반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는 ‘산수’, 1995~1997년 이후엔 ‘수학’ 등 시대별로 바뀐 것도 알 수 있다. 6·25전쟁 기간에 나온 교과서의 종이 색깔은 짙은 갈색인데, 유엔 한국 재건위원회(운크라)가 기증한 종이로 인쇄한 것이었다. 천연색으로 인쇄된 수학교과서는 1955년 처음으로 나왔다.
왼쪽부터 경기도가 1934년 10월30일 농촌 미취학자에게 기초 수학을 가르치기 위해 발행한 ‘농촌산술서’, 1947년 9월 채홍종 경북 예천공립초급중학교 교사가 직접 만든 수학참고서 ‘초급 1년의 수학’,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수학교과서인 ‘초등 셈본’, 천연색으로 인쇄된 첫 수학교과서 ‘산수’.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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