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업재해 사망자 추모의 날’인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무력화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경영계 요구를 담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방안'을 마련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데 대해 ‘월권’이라는 논란이 일어나자 “정책결정에 참고하도록 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영계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별도로 세운 경우 대표이사의 중대재해법상 의무 위반을 면책해 달라고 요구해왔는데, 이러한 내용이 기재부가 개정방안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기재부는
<한겨레> 보도 설명자료에서 “노사·관계부처간 이견이 첨예한 정책 사안에 대한 ‘노사관계 정책의 협의·조정’ 업무도 담당하고 있어, 연구자가 제시한 시행령 개정 제안을 (노동부에) 공유해 정책 결정에 참고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기재부가) 좀 성급했다 싶은 생각은 있다”며 “시행령 개정은 노동부가 중심을 잡고 책임지고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시행령 개정 과정은 주무부처가 먼저 안을 만든 뒤 관계부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재부가 독자적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한 뒤 개정방안을 주무부처인 노동부에 넘긴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노동부는 기재부가 만든 시행령 개정방안의 근거가 된 연구용역 보고서 ‘전문’을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개정방안 마련에 참고했다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노동부뿐 아니라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기재부 행보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무력화하려는 개입 시도’라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월권이 아니라고 하지만) 기재부가 기업 입장을 대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노동부를 압박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기재부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고 시행령 개악 추진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8월25일치 1면 ‘기재부 ‘월권’ 중대재해법 무력화 시행령 개정 나서’ 기사에서 기획재정부가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안에 ‘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으나, ‘법률’ 개정방안으로 언급됐기에 바로잡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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