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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택배·수리기사, 힌남노 뚫고 갑니다…회사가 ‘모른척’ 해서

등록 2022-09-05 18:17수정 2022-09-06 11:12

노동부, 재택·출퇴근 조정 등 권고
대기업 실내 근무자는 적용받는데
가전 설치·수리기사 확답 못받아
택배 하차작업 중단 조율도 난항

‘악천후 중단’ 사업주 자율에 달려
“날씨 따른 노동자 보호 법제화를”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도 성산읍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가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전 8시 제주도 육상 전역과 제주도 앞바다에 태풍경보를 발효했다. 제주/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도 성산읍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가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전 8시 제주도 육상 전역과 제주도 앞바다에 태풍경보를 발효했다. 제주/연합뉴스

부산에 사는 가전 수리기사 류아무개(34)씨는 태풍 ‘힌남노’의 경남 상륙이 예보된 6일에도 ‘정상 출근’을 한다. 아침 8시20분까지 사무실에 출근해 방문 준비를 하고 9시30분까지 첫 손님 집에 도착하는, 평상시 일정 그대로다. 태풍 피해가 집중되는 아침시간에만 3∼4군데 고객 집을 들러야 하는 그는 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체념 섞인 한숨을 쉬었다. “공장 다니는 친구들은 다 오후에 출근한다는데, 우리는 태풍 속에서 일해야 하니 걱정이 큽니다. 최대한 집집마다 오래 머무르며 버텨야 하나 싶습니다.”

위기경보 ‘심각’ 단계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8시께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고되자, 정부가 ‘출퇴근시간 조정’을 적극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법적 의무가 아닌 단순한 권고 차원이어서 사업주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이 ‘태풍 속 출근’을 강요당하는 처지다.

고용노동부는 전날인 4일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사업장별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출퇴근시간 조정 등을 활용하도록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각 지방노동청이 노동부 본부로부터 관련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전달 받아 각 지역 담당 기업들에 유선 전화 등으로 안내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일부 대기업이 사무·생산직의 재택근무와 출퇴근 시간 조정을 결정했다.

그러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동부 권고 이행을 위해 스스로 싸워야 했다.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들로 구성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4일부터 △출근시간 조정 △업무 불가 시 작업 중지 △태풍에 대비한 업무 매뉴얼 마련을 에스케이(SK)매직서비스와 바디프랜드 등 5개 가전업체에 요구해, 일부 기업이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도 터미널에 있는 상품을 차량에 싣고 운반하는 ‘하차’ 업무를 내일 전면 중단시키라고 택배업체 5개사(씨제이대한통운·우정사업본부·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로젠)에 이날 요구했다. 태풍 속 차량 이동이 위험한데다 추석명절을 앞둔 택배 물량이 특히 많아서다.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은 폭우, 태풍 등 악천후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대를 재난에 따라 조정하는 조처는 법에 정해져 있지 않아, 사실상 사업주 자율에 맡겨져 있다. 그나마 코로나19를 계기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일부 대기업들이 관련 제도를 활용하곤 있지만, 사쪽과 협상이 어려운 특수고용직·간접고용 노동자 등은 이런 조처를 기대할 수 없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매년 태풍 등 악천후 때마다 혼란이 반복되는데도 노동자 안전을 기업 자율에만 맡겨두는 것은 큰 문제”라며 “날씨에 따른 사업주의 노동자 보호 의무를 정부가 법에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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