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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SPC 빵공장=끼임 안전지대” 정부기관이 홍보했다

등록 2022-10-20 12:12수정 2022-10-20 17:38

안전보건공단 “모든 구동부 덮개…끼임 위험 없어”
덮개 없는 소스 배합기에 끼여 사망한 실상과 달라
이수진 의원 “안전실태 검증 없는 홍보는 부적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갈무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갈무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자체 발행하는 간행물에서 최근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가 난 에스피시(SPC) 계열사 에스피엘(SPL)을 ‘끼임 사고 등 예방을 철저히 하는 우수한 기업’이라고 홍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20일 안전보건공단이 발행하는 <월간안전보건> 2019년 1월치를 확인해보니, 공단은 ‘마음을 다해 만든 안전보건활동 에스피엘’이란 제목의 글을 6쪽에 걸쳐 실었다. 글은 여러 측면에서 에스피엘이 작업장 안전 관리 측면에서 우수한 회사임을 설명했다. 우선 “에스피엘의 모든 근로자가 위험성 평가에 참여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며 “일하는 도중 위험 요인이 감지되면 수시로 잠재위험발굴카드를 작성해 관리감독자에게 보고하는 것인데, 이는 즉각적인 개선 조치와 우수자 포상으로 연결돼 자발적인 안전보건 활동을 촉진한다”고 돼 있다.

산업안전공단이 2019년 1월 발행한 간행물 &lt;월간안전보건&gt; 중 에스피엘 관련 대목.
산업안전공단이 2019년 1월 발행한 간행물 <월간안전보건> 중 에스피엘 관련 대목.

이어 “에스피엘은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안전보건 활동 의지를 반영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여러 사례를 들었다. 지게차 뒤편에 후방 카메라를 설치하고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할 때에만 시동이 걸리는 ‘인터록’(자동잠금장치) 기능을 갖추는 등 운전자와 다른 작업자 안전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컨베이어벨트와 관련해 “구동부 협착·끼임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안고 있다. 에스피엘은 이런 점에 주목, 컨베이어 설비의 각 구동부에 꼭 맞는 덮개를 제작·설치했다”며 “컨베이어 설비가 워낙 많고 종류도 다양해 덮개를 설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지만 끝내 모든 구동부를 덮는 데 성공했고, 덕분에 근로자들은 컨베이어 설치 협착끼임사고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에 에스피엘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 당시 교반기(소스 배합기)에 덮개가 설치되지 않았고, 자동 멈춤 장치도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가 일하다 끼여 숨진 사고가 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공장에선 지난 7일에도 노동자 손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하고, 지난 5년9개월 동안 이 공장에서 일어난 산재 사고 37건 가운데 끼임 사고가 15건(40.5%)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기업의 안전 관련 홍보를 통해 계도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실제 안전실태를 검증하지 않고 이렇게 홍보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된 끼임 사고에 대한 예방을 완벽하게 했다고 홍보한 점 등에 대해 공단과 회사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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