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평택시 에스피엘(SPL) 공장에서 한 직원이 사고 기계 옆 같은 기종의 소스 배합기(교반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에서 주간조와 야간조 맞교대 근무를 운용한 것도 모자라, 주 52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시키기 위해 올해만 42일간 특별연장근로를 승인받는 등 장시간 노동을 지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취재를 20일 종합하면, 에스피엘은 평택 공장의 전체 공정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12시간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하는데, 주간조가 오전 8시∼오후 8시, 야간조가 오후 8시∼오전 8시까지 일하는 방식이다. 중간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빼도 주당 근무시간이 55시간에 이르는 탓에 1주일에 하루는 3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3시간 일찍 퇴근하는 방식으로 주 최대 52시간은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스피엘 쪽은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위해 올해 두 차례, 42일에 걸쳐 특별연장근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20일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에스피엘은 업무량 폭증을 이유로 지난 2월26일∼3월25일, 4월9일∼22일 등 42일 동안 특별연장근로 승인을 받았다. 승인 땐 1주일에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주·야간조는 2주 마다 바뀐다. 밤을 꼬박 새우는 야간 근무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로 노동자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ㄱ씨도 야간 근무가 끝나갈 즈음인 오전 6시15분께 교반기(소스 혼합기계)에 끼인 채 발견됐다. ㄱ씨는 평소 가족과 지인들에게 야간 근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피엘의 야간 근무 때는 산업안전보건 법령상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ㄱ씨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ㄴ씨는 “야근할 때 내가 일하는 라인엔 일이 끝날 때까지 관리자들이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화섬노조 에스피엘지회 지윤선 회계감사는 “야간조의 피로도가 상당한데도 휴게실이 따로 없어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휴식시간에 탈의실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반기 덮개와 자동멈춤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2인1조 근무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 등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발생 원인과 함께 장시간 노동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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