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이나 제도, 이윤 다 좋지만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 하는 것 아니냐.”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일터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할 대통령이 산업 안전을 사업주가 베푸는 배려 정도로 여기는 부적절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오늘 아침 언론 보도를 보니까 천을 둘러놓고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를 가동해서 이를 안 시민들께서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법이나 제도나 이윤이나 다 좋습니다만, 우리가 같은 사회 살아나가는데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서로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 되는 게 아닌가. 너무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이 일에 대해서도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인식은 ‘일하다 죽지 않도록’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 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완화 행보에도 담겨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업인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며 수정 뜻을 밝혀왔다. 이날 한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에 명시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엄정하게 처벌해야 사업주도 긴장하고 경각심을 갖고 노동 안전을 신경 쓰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안타깝다는) 말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지금 추진 중인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의 폭과 수위를 크게 낮추는 방향의 중대재해법·시행령 개정 의견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한국의 산재 사망 발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보고서 2021’ 자료를 보면, 노동자 10만명당 산재 사망자는 5.09명(2018년)으로 터키(7.52명, 2016년), 멕시코(7.46명, 2017년), 미국(5.24명, 2016년)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지급 승인을 기준으로 집계한 2021년 산재 사고 사망자는 모두 828명이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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