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활동가들이 지난 5일 낮 국회 앞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농성장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원청 기업도 하청 노동조합과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따라, 같은 취지가 담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 입법운동도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씨제이(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하며 “노동조건 등에 관해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하청 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개정안도 ‘사용자’ 정의를 “노동조건·수행업무, 노조 활동 등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로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경영계·여당은 물론 정부도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는 데 반대해왔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 개념이 과도하게 확대돼 노사 관계 불확실성이 가중될 우려가 있고, (노조법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국회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근로조건의 지배 유무에 관해 다툼이 있어 (사용자의) 교섭 거부에 수긍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한다면, 원청 사업주의 (교섭 거부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므로, 가벌성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이 넓어져도, 단체교섭 거부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원청이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이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성명을 내어 “하청 뒤에 숨어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진짜 사장’의 부당노동행위에 경종을 울린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