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0일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냈다.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 명세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는 서울행정법원에 이은 서울고법의 판결에 불복한 조처다. 검찰은 연간 국가 예산 80억~90억원을 특활비 명목으로 갖다 쓰면서도 어디에 어느 정도 썼는지는 단 한차례도 공개하지 않아 불투명 논란을 낳았다.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1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문제 제기로 불거졌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며 윤 총장을 추궁했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을 빚은 윤 총장에 대한 여당의 정치적 공격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부 예산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특활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끓어올랐다. 윤석열 검찰은 “특수활동비는 월별·분기별 집행계획을 세워 집행하고, 수사 상황 등에 따라 추가 집행한다.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이 지난달 대법원에 낸 상고 이유의 핵심은 ‘특활비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힘들고 특수활동비 명세는 수사기밀’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앞선 두차례의 재판에서 탄핵당했는데도 검찰은 투명성 요구에 대한 반박으로 재활용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판결에서 “수사 과정에 소요되는 경비의 집행 일자와 집행 내역을 공개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 활동에 관한 사항이 노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수활동비 내역이 공개되더라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지원금이 아닌 정부 예산을 직접 받아 쓰고도 상세 명세 제출을 꺼리던 윤 총장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검찰 특활비 사용 명세를 가장 잘 아는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을 인사기획관으로, 윤재순 대검 운영지원과장은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관리를 맡는 총무비서관으로 발탁했다.
법원 판결에도 특활비 사용 명세를 공개하지 않는 ‘검찰 공화국’의 수장이 연일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부르대며 부패 세력으로 낙인찍고 있다. 검찰 특활비 명세 공개 소송을 낸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이를 ‘내비남공’(내가 쓴 돈은 비공개, 남이 쓴 돈은 공개)이라고 꼬집었다.
전종휘 사회정책팀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