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0년 1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명의 영정을 의자에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법원이 하청 노동자의 깔림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원청 대표한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원청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은 첫 사건이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강지웅)는 26일 ‘한국제강 중대재해 사건’ 1심 선고에서 성아무개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수차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제정에 비춰 봤을 때, 지난 벌금형 전력이 있는 등 죄책이 상당히 무거워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한국제강 법인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아무개 하청업체 대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양형 이유로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뒤로 이뤄진 “경영책임자의 다수의 동종 전과”를 들었다. 성 대표는 앞서 모두 네 차례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재판부는 “적발내역 및 처벌전력을 종합하면 한국제강 사업장에는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던 중인 2022년 3월16일 재차 이 사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실과 “2022년 6월9일 경 이 사건 중대산업재해를 계기로 실시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에서 또다시 안전조치의무위반 사실이 적발”된 점도 짚었다.
한국제강에선 지난해 3월 공장 내 설비보수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던 60대 노동자가 1.2톤 무게의 방열판에 깔려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성 대표이사에게 징역 2년,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을 구형했다.
중대재해 전문가들은 원청 대표에게 내려진 첫 실형 선고를 환영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형 선고나 기존에 3천만원 수준에서 이뤄지던 벌금이 1억원으로 선고되는 등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불리한 여러 가지 양형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중형 선고가 가능할 수도 있었는데 법정 하한형인 징역 1년을 선택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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