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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내 커피잔은 맨손으로 씻어줘”…아직도 이런 직장 성차별이

등록 2023-05-18 16:09수정 2023-05-18 22:03

고용상 성차별 등 시정신청 제도 시행 1년을 맞이해 직장갑질119 활동가 등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직장갑질119 사무실 건물 들머리에서 ‘2023년 우리회사 미스김’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법 제도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용상 성차별 등 시정신청 제도 시행 1년을 맞이해 직장갑질119 활동가 등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직장갑질119 사무실 건물 들머리에서 ‘2023년 우리회사 미스김’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법 제도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모집·채용과 직장 내 업무 과정에서 성차별 등을 당했을 때 노동자가 차별적 처우 중지 등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고용상 성차별 등 시정신청 제도’ 시행 1년이 지났지만, 노동위원회가 이와 관련한 시정 명령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갑질119는 1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옥 앞에서 ‘성차별 등 시정신청 법 시행 1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부는 지난해 5월19일 고용상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 의무 위반 및 불리한 처우에 대한 노동위원회 시정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기존에 고용상 성차별 등에 대해 벌칙만을 부과하던 것에서 나아가 차별받은 노동자가 차별적 처우 등의 중지, 근로조건의 개선, 적절한 배상 명령 등의 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시정신청이 접수되면 노동위원회는 60일 이내로 차별시정위원회의 심문회의를 개최하고, 차별이 인정될 경우 사업주에 시정명령을 부과한다.

제도 시행으로 피해 노동자에 대한 적극적 구제를 기대했지만, 지난 1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직장갑질119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제공받은 자료를 보면, 법 시행 후 올해 1분기까지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에 제기된 사건은 29건에 불과했다. 고용상 성차별로 노동위원회가 시정명령한 건수는 0건이었다. 성희롱 조치의무 위반, 불리한 처우까지 합해도 전체 시정 명령 비율은 27.6%에 불과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ㄱ씨는 “가해자에게 성희롱뿐 아니라 스토킹, 폭행, 고소까지 당했는데 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실을 알고도 판정을 유보하며 4개월만에 결론을 내렸다. 노동부는 진정 처리 기한인 25일을 한참 넘긴 8개월째 성희롱 진정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며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노동위원회는 처리기간을 단축해야하며, 고용노동부는 처리기한을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이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직장 내 성차별은 더 만연하고 있다. 한 사례자는 “한 선배가 ‘남자 상사와 직원들에게 커피를 타서 갖다 주라’고 수시로 지시합니다.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객관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조처도 해주지 않았습니다”라고 직장갑질119에 제보했다. 다른 사례자는 “대표가 본인이 마신 커피잔 등을 설거지 시키는데 고무장갑 끼지 말고 맨손을 넣어 정성껏 씻으랍니다”라며 “가정이 있는 60대인데도 회식 때 꼭 술을 따르게 하고 술자리 앉을 때 남, 여, 남, 여 섞어 앉게 한다”는 내용을 제보했다.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올해 3월부터 5월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 직장인 절반(52.2%)이 ‘성별·임금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헀고, ‘교육·배치·승진에서 차별받았다’는 응답도 47.1%에 달했다. ‘모집·채용 시 성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41.8%였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고용상 성차별과 성희롱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던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제 활용 실태는 기대에 못 미친다”라며 “차별시정위원회 소속 공익위원 성인지 감수성 제고, 심문회의 등에서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 무엇보다 시정신청 대상 범위 확대 등 제도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이 제도가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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