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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배달호·김주익…그들의 죽음 뒤에 노란봉투법이 왔다

등록 2023-11-09 17:53수정 2023-11-10 14:43

국회 앞 ‘살고 싶어라’ 사진전
살인적 손배소송 맞선 노동자들
20개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9일 국회 정문 앞에서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특별사진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해정 기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9일 국회 정문 앞에서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특별사진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해정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9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는 20개의 사진이 놓였다.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20여년 역사 속에 자리했던 하청·특고 노동자,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된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고있다.

사진의 시작점인 2003년, 두산중공업의 손배 가압류에 저항해 분신한 배달호와 한진중공업의 손배 청구 속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의 사진 앞에 한 시민이 10초 동안 멈춰서서 눈을 감았다. 묵념이었다. 9일 국회 정문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특별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전에는 ‘살고 싶어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무개의 사진에 담긴 이들 중 한 사람, 현대차 노동자 최병승은 부끄러운 마음을 먼저 이야기했다. “싸움을 했던 당사자로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어떠한 것도 남기지 못한 투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노동자였던 그는 2010년 현대차의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는 하청 노동자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자가 원청이라면, 원청이 사용자라는 ‘실질적 지배력설’을 적용한 판결이다. 노란봉투법 2조가 담고 있는 핵심 내용이다.

최씨는 “현대자동차 불법 파견 투쟁의 핵심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밝히는 것이었는데,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진짜 사용자를 찾지 못했다”고 자신의 싸움을 실패로 규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20억원의 손배해상 채무를 짊어지고 있기도 하다. 현대차를 상대로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고 법을 지키라”고 주장하며 점거·파업을 벌여 청구된 손해배상액이다.

손배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운동을 촉발한 전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은 “‘함께 살자’고, ‘해고는 살인’이라했던 외침이 세월이 지나 ‘살고 싶다’는 말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며 “투쟁했던 노동자가 목숨을 끊어야만 하는 야만의 시간을 이제는 함께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그와 동료들은 47억원의 손배 판결을 받았고, 이를 돕기 위해 노란봉투법 운동이 시작됐다. 다만 여전히 손배 채무는 이어져 지연 이자를 합한 금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그 사이 30여명의 쌍용차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2003년 10월 한진중공업의 손배 청구에 맞서 크레인에 오른지 128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김주익의 누나는 국회에 편지를 썼다. “회사 동료들이 우리 동생을 너무 좋아해서 노조 지회장을 맡았대요. 그러다 월급까지 압류를 당해서 10만원도 못 받았다고 했습니다. 가정이 무너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발 우리 주익이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 없도록 해주십시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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