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리바게뜨 본사가 있는 에스피씨(SPC)그룹 빌딩 앞에서 '파리바게뜨 직접고용 촉구 철야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오늘(10일)은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한지 딱 50일 되는 날입니다. 고용부는 9일까지 제빵기사 5천여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는데요, 파리바게뜨는 이를 선뜻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본사 직접고용 대신 합자회사를 통한 고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소속’이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고용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 파리바게뜨 안과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리바게뜨 전문가’ 박태우 기자가 정리해봤습니다.
■‘바게뜨’같은 제빵기사의 팔뚝
인천의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구아무개(30)씨는 새 신랑입니다. 지난달 같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인 아내와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지난 9월22일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하고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한 것은 결혼을 앞둔 구씨 커플한테는 일종의 ‘결혼 선물’이었습니다.
신혼생활을 즐겨야 할 구씨는 지난 5일 제빵기사 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서울 양재동 에스피씨(SPC) 본사 앞에 차린 천막농성장에서 하룻밤을 지새웠습니다.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씨의 말입니다.
“처음엔 굉장히 기뻤죠. 예전부터 본사 정규직이었으면 하고 바랐거든요.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돼서 굉장히 힘이 빠지기도 해요. 파리바게뜨가 이 정도로 나올 줄은 몰랐어요.”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농성장에서 침낭을 끌어안고 들은 구씨의 사연은 이랬습니다.
오븐에 데인 화상자국이 남아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팔.
“대학에서 제빵을 전공하고 빵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개인 제과점에서 3년 동안 일했어요. 원래 제빵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파리바게뜨는 진짜 제빵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빵의 생명은 반죽인데 파리바게뜨는 반죽을 다 공장에서 가져오니까. 그런데 개인 제과점에서 아무리 일해도 학자금 대출이 안 갚아지더라고요. 그래서 파리바게뜨 협력업체에 입사한 겁니다. 급여가 개인 제과점보다는 나으니까요. 열심히 하면 본사로 전환될 수 있다는 말도 끌렸고요.”
구씨는 파리바게뜨에서 일한 3년반 동안 개인 제과점에서는 없었던 ‘하지정맥류’를 앓았습니다. 그래도 그는 압박스타킹을 신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말이 잠깐 다른데로 샜지만, 구씨가 앓고 있는 하지정맥류는 구씨만이 아니라, 다른 ‘청년’ 제빵기사한테도 흔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하지정맥류로 치료받은 환자 가운데 20~30대 남성의 비율은 7.3%에 그칩니다. 40~50대 여성의 비율은 36.4%에 달해 주로 중년일수록, 여성일수록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청년 남성이 하지정맥류를 앓는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서서’ 일한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노동강도가 세다는 것이겠지요. 제빵기사들은 공통적으로 월 6회 휴무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해 지역에 따라 월 3회만 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 남성 제빵기사는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은 뒤 3일 쉬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하지정맥류 뿐만 아니라, 손목과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젊은 제빵기사도 많습니다. 오븐에 덴 화상자국이 유독 많은 어떤 제빵기사의 팔뚝은 ‘바게뜨’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구씨가 열심히 일했던 것은 ‘본사 전환’ 때문이었습니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로 일하다가 능력을 인정받으면, ‘교육·지원기사’로 승진합니다. 가맹점 제빵기사에 대한 교육을 맡으며 가맹점 기사 휴무 때 대체인력으로 투입되는 것이지요. 2015년까지만 해도, 파리바게뜨는 협력업체 교육·지원기사 가운데 일부를 발탁해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했습니다. ‘본사 지원기사’가 되는 것입니다. 이들은 협력업체 교육·지원기사와 같은 일을 하지만, 파리바게뜨 본사 ‘정규직’이 됩니다.
구씨도 ‘본사 지원기사’가 되기 위해, 본사에서 주관하는 기량 평가도 열심히 준비해 응시하고, 본사 직원의 시시콜콜한 지시에도 ‘군말없이’ 응해왔다고 고백했습니다.
■‘직접고용 포기’를 사실상 종용하는 본사
구씨처럼, 본사 직접고용은 제빵기사들의 오랜 바람입니다. 지난 9월22일 고용부의 ‘본사 직접고용’ 시정명령이 제빵기사들한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많은 제빵기사가 “이제 진짜 파리바게뜨 본사, 곧 에스피씨(SPC) 다닌다고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파리바게뜨 본사의 태도는 제빵기사의 바람과 달랐습니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부가 내린 시정명령 이행여부에 대해 한번도 공식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본사 대신 움직인 것은 협력업체와 가맹점주협의회였지요. 그들은 본사와 협의해 3자가 공동으로 출자하는 ‘상생기업’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물론 본사는 이에 대해서도 “상생기업을 만드는데 협력업체, 가맹점주협의회 등과 합의했다”고만 밝혔고요.
직접고용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제빵기사로서는 답답할 노릇입니다. 본사가 하다못해 ‘직접고용 대신 상생기업을 통해 고용하겠다’는 말이라도 명시적으로 밝혔다면 차라리 선택이 쉬웠을지 모릅니다. 그런 소식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제빵기사의 혼란이 커지는 사이,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들은 지난 7일부터 ‘확인서’를 받고 있습니다. 제빵기사를 상대로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묻고 ‘확인’하겠다는 것이지요. 확인서에 서명한 제빵기사에 대해서는 파리바게뜨의 직접고용 의무가 사라집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본사한테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협력업체가 확인서를 받고 있으니 이상한 일입니다.
더 큰 문제는 확인서의 내용과 확인서를 받는 방식입니다. 확인서에는 “본인은 다음의 이유로 ㈜파리크라상에 고용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혀있고, 사유를 적는 항목엔 △상생회사(상생기업)인 ㈜해피파트너즈에 근무 △현 소속 회사에서 계속 근무 △퇴사(다른 회사 취업 등) △기타 등으로 돼있습니다. 그동안 협력업체는 상생기업 설명회에서 “만약 직접고용 되고 싶으면 그냥 현재대로 회사를 다니면 된다”고 말해왔습니다. 항목을 잘못 읽고 “현 소속 회사에서 계속 근무”에 체크하면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방식도 문제입니다. 확인서 하단에는 “본인은 위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며, 본 확인서는 본인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작성한 것임을 확인합니다”라고 적혀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상생기업 설명회는 “직접고용보다는 상생기업이 낫다”는 취지의 말을 수없이 해왔습니다. 설명회 녹취파일을 들어보면 협력업체 대표는 “본사가 직접고용 해도 불법파견이 된다”, “본사가 직접고용한다고 해도 기간제가 될지 정규직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식으로 ‘직접고용 요구’의 포기를 은근히 압박했습니다. 어떤 협력업체 관리자는 확인서 작성을 거부한 제빵기사한테 “쓸 줄 알았는데 실망”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확인서 작성이 제빵기사의 ‘완벽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것으로 보입니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들이 제빵기사에서 받고 있는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
■‘상생기업-해피파트너즈’는 어떤 곳
상생기업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상생기업을 처음 제안한 것은 본사가 아니라 가맹점주협의회였습니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에 있는 ‘협동조합’에서 이를 착안했다고 합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공동출자한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재료를 구입함으로써, 가맹본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에게 재료를 비싸게 판매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막자는 목적이죠. 그러나 파리바게뜨의 경우 중간에 협력업체가 있기 때문에 가맹본부·가맹점주·협력업체가 공동 출자한 법인(상생기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은 “미국의 협동조합 모델은 애초 ‘노사관계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데, 파리바게뜨는 노사관계를 푸는 방식으로 잘못 끼워넣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협력업체가 진행한 ‘상생기업 설명회’ 자료를 보면, 파리바게뜨는 예전의 구조가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까지 걸었으면서도 상생기업을 통해 불법파견의 소지를 줄이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조직도를 보면, 허영인 에스피씨(SPC) 회장의 말 한마디에 제빵기사들의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시시콜콜한 지시를 해왔던 본사의 품질관리사(QSV)들이 통째로 상생기업으로 넘어가게 돼있습니다. 원래 본사 소속이었던 제빵기사 직무교육센터(베이킹센터)도 상생기업 소속으로 바뀝니다. 고용부가 근태·교육·훈련·인사 등을 본사가 관여해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자, 이를 시정하기 위한 취지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본사 지원기사’는 힘들게 본사 직원이 됐는데 다시 상생기업으로 가야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상생기업은 노동조건 개선도 약속했습니다. 임금도 13% 인상해 줄것이고, 기타 복지도 올려줄 것이고, 제빵기사의 주된 요구이기도 했던 휴무도 현재 월 6일에서 8일로 늘려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노조는 이런 상생기업 쪽의 주장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먼저 휴무의 경우 “현재도 월 6일이 보장이 안돼왔는데 어떻게 8일로 늘리겠다는 것이냐”, 임금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인데, 이를 감안하면 그리 높은 수준도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혜미 노조 사무장은 “이렇게 해줄 것이라는 말만 있지, 구체적인 팩트를 제시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본사에서는 상생기업이 되면 본사의 엄연한 계열사가 된다고 말하는데, 현재 협력업체 제빵기사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본사 기사들과 노동조건을 같은 수준으로 맞춰주겠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생기업 설립 논리 가운데는 ‘본사가 제빵기사를 고용하면 본사 직원인 제빵기사가 가맹점주를 감시하고 통제할 것’이라는 논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 사무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오히려 본사가 부추기는 것 같아요. 현재도 본사 소속기사가 가맹점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그분들이 점주님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나요? 절대 안그래요. 오히려 본사가 사장님 몰래 재료 주문 넣으라는 지시가 많이 있었는데, 직접고용이 된다면 그런 부당한 지시는 노조가 절대로 응하지 않을 거에요.”
상생기업에 대한 불만은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레>가 인터넷에 올려와 있는 가맹점·가맹점주 번호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통화에 성공한 가맹점주 10여명에게 상생기업과 관련해 물은 결과 절반 이상이 “상생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거나 “할 말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가맹점주 ㄱ씨는 “새벽 2시에 매장을 마감하고 2~3시간 자고 나와 매장을 여는데, 매장 지키느라 가맹점주협의회 주관 설명회에 갈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대다수가 비슷한 답변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길게’ 의견을 피력했던 가맹점주들의 생각은 이랬습니다. “수입이 많지 않아 가맹점 운영을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가맹점주 ㄴ씨는 “최저임금도 인상되고 매출도 줄고 있는데, 가맹점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생기업이든, 직접고용이든 용역비가 얼마나 느는지 주는지”라며 “그런데 협의회에서 구체적으로 용역비가 얼마나 느는지에 대해서 공지하지 않고 있어 갑갑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다른 가맹점주 ㄷ씨의 경우 “대의적으로는 제빵기사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에 직접고용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도 “점주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적게드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본사와 제빵기사와의 노사관계에 따른 피해가 가맹점주에게 전가될까봐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가맹점주는 제빵기사 노조 농성장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생수와 컵라면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리바게뜨 본사가 있는 에스피씨(SPC)그룹 빌딩 앞에서 '파리바게뜨 직접고용 촉구 철야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파리바게뜨가 노조를 만나지 않는 이유
“우리 노동자가 아니다.”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노조가 요구한 5차례의 대화를 거부한 이유입니다. 파리바게뜨는 고용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이 나온 뒤에도 제빵기사 노조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파리바게뜨의 이런 태도는 고용부 관계자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노조와의 대화를 회피하는 것이 한국 사회 사용자들에게 워낙 만연한 일이라 파리바게뜨의 사례가 그리 ‘의외’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를 비롯한 에스피씨그룹 대다수 계열사에 이미 노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에스피씨는 그룹사 차원으로 진행해왔던 하청·용역업체 노동자 직접고용을 추진해왔는데, 여기에서는 노조 의견을 들었다고 합니다. 계열사 물류업체 에스피씨 지에프에스(SPC GFS)는 파리바게뜨와 마찬가지로 불법파견 논란이 빚어지자 에스피씨 홍보담당자는 “원래 계획대로 직접고용하려던 대상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파리크라상 노조 관계자도 “계열사 차원의 직접고용 논의에 노조도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에스피씨는 어째서 유독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와의 대화만을 회피할까요. 넉달 가까이 취재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에스피씨가 표면적으론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사용자들의 또다른 특성인 ‘민주노총 혐오’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제빵기사들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 가입하자 본사 직원이 노조 탈퇴를 회유하며 한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충청권 파리바게뜨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는 지난 8월17일 민주노총 소속인 제빵기사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을 찾아가 “우리 회사에 한국노총(정규직 노조)이 있어. 오너가 (아직) 결정을 안내렸어. 향후 다 (한국노총 정규직) 노조로 가입시킬 거야. 한국노총으로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면서 본인들이 가입하게 되는거야”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직원의 말에 대해서는 한국노총 노조도, 회사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본사 직원이 개인적으로 한 말치고는 내용이 너무나도 구체적입니다. 이 본사 직원은 민주노총의 조합활동에 대해서도 “우리는 오너 회사야. 자꾸 (협력사와 가맹점 사이의 제빵기사 공급에 관한) 도급관계를 (민주노총 노조가) 흔들어 놓으면 오너 입장에서는 (가맹점주) 고용으로 간다”며 “민주노총이 와서 뭘 해줄 건데, 법적으로 (본사와 도급업체 간의) 계약관계 해지하면 끝나는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파리바게뜨 본사, 제빵기사에 상습 폭언…노조 관련 회유도)
파리바게뜨 빼빼로데이 프로모션 홍보물. 파리바게뜨 누리집 갈무리.
■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지난 6월 처음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의혹을 다루는 기사를 쓸 때만 해도 분명 ‘노동’ 기사였는데, 고용부 판정 이후에 이 사안은 ‘경제’ 기사가 됐습니다. 파리바게뜨가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이제 이 기사는 ‘법조’ 기사가 돼버렸습니다.
일단 1차적인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법원이 원래 9일까지 였던 직접고용 시정명령 처분의 효력을 오는 29일까지로 직권 집행정지하고, 재판 날짜를 오는 22일로 잡으면서 그사이 양쪽은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법원이 잠정적으로 집행정지한 시점이 오는 29일인지라, 29일엔 집행정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원이 집행정지 소송에서 파리바게뜨의 손을 들어주면(인용) 족히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본안소송 판결 때까지,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들을 직접고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사이 파리바게뜨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상생기업을 통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할 텐데, 직접고용을 원하는 제빵기사들에 대한 대책은 딱히 마련돼있지 않습니다. 법원이 고용부의 손을 들어주면(기각) 시정명령이 유효하게 되고,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들을 직접고용해야 합니다. 만약 하지 않을 경우엔 고용부가 과태료를 부과하겠죠.
그러나 오는 29일에 나올 집행정지 결정 자체가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아닙니다. 집행정지 소송은 말그대로 ‘본안소송’ 판결 때까지 고용부의 시정명령 처분 집행의 효력을 정지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고용부의 불법파견 판정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양쪽이 항소·상고를 거듭할 것이 당연하므로 최종결론이 나오기까지는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용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전문가들은 노사 협의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용부의 바람이자, 노조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본사 상무는 상생기업 설명회에서 상생기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제빵기사에게 “여러분들이 동생 같아서 안타깝고 걱정된다”, “선배로서 다시한번 말씀드리면 협의하고 타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상생기업으로 오면 근속을 다 인정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상무는 저도 취재과정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제빵기사들을 “우리 가족같은 직원들”이라고 여러번 언급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협의하고 타협하는게 중요”한데, 노조와 못만날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다가 ‘후배’이자, ‘동생’인데 못만날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