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26일 한국노총 산하 노조와 첫 본교섭 겸 상견례를 할 장소를 회사가 아닌 ‘면사무소’로 정하고, 대표이사는 교섭에 불참하기로 했다. 노조 쪽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포기’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월 출범한 노조와 세차례 실무교섭 끝에 26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행정복지센터(옛 탕정면사무소)에서 첫번째 본교섭 겸 상견례를 한다. 이 자리에는 김종근 삼성디스플레이 상무(인사 담당)와 삼정노무법인 소속 노무사 2명 등 회사 관계자 7명,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 11명이 참석한다.
노조는 교섭이 회사 밖에서 열리는데다 첫 상견례를 겸한 자리인데도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가 참석하지 않는 것을 두고, 삼성이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성실교섭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대표이사가 첫 상견례에 직접 나와 교섭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 노조와 합의를 해야 이후 실무진들이 그에 맞춰 교섭을 진행하는 것인데, 현재 삼성이 보이는 모습은 노무법인에 교섭을 위임한 채 시간만 끌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 쪽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회사 안에서 3인 이상 회의를 금지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인데, 교섭에 20여명이 참석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회사 밖 장소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의 교섭 불참에 대해선 “공식 입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관계자는 “본교섭을 앞두고 지난 21일 노사관계 지도 차원에서 현장을 방문했으며, 노조 쪽 문제제기를 알고 있다”며 “교섭권 위임이 허용되는 만큼 대표이사의 교섭 불참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지만, 가급적 원만한 노사관계의 형성을 위해선 대표이사가 상견례에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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