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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카카오 등 시장독점 법적 허점 잘 짚어…대기업 중심 보도 벗어나야

등록 2021-10-15 05:00수정 2021-10-15 09:37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카카오, 톡!’ 영상 친근한 전달 재미
오픈채팅방 실제사례로 비판 눈길
네이버 직장갑질 기사도 돋보여

경제면 대기업·거대 산업 위주 보도
일반서민 삶 이슈 소홀해선 안돼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지난 11일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이번달 열린편집위원회 회의도 화상으로 이뤄졌다. 줌 화면 갈무리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지난 11일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이번달 열린편집위원회 회의도 화상으로 이뤄졌다. 줌 화면 갈무리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0월7일 머리를 숙였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온 그는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 확장’이라는 의원들의 질책을 받고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1일 오후 4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9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에서는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 보도 등 <한겨레> 경제·산업뉴스를 집중 점검했다. 온라인 회의에는 김민정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경미 위원(섀도우캐비닛 대표), 김준범 위원(한라홀딩스 부사장), 임자운 위원(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 홍윤희 위원(장애인이동권컨텐츠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황세원 위원(일in연구소 대표)이 참여했다. 한겨레에서는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과 정은주 편집국 콘텐츠총괄이 함께했다.

김민정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가진)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구글에 대한 과징금 부과, 국회 국정감사에 플랫폼 기업 관계자들 출석 등 여러 사건이 있었다.

김준범 9월14일 1면에 나온 플랫폼 기업 심층 기사 ‘카카오가 93개사 삼킬 때, 한번도 제재 없었다’를 흥미롭게 봤다. 한겨레가 플랫폼, 특히 카카오, 쿠팡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다른 언론사에 견줘 눈에 띄는 점은 정부에서 내주는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단지 골목상권 침해 정도의 프레임에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시장 독점 문제로서 깊이 있게 분석한다는 점이다.

또한 현행법의 허점을 잘 짚었다. 지금 기업들이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합병을 할 때 심사, 규제를 할 수 있는 내용이 공정거래법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인수한 스타트업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심사 대상 선정 기준을 바꾸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규제 대상을 늘려 심사한다고 해도 현행법으로는 사실 규제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논의가 이루어지는데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에서는 젊은 법학자 리나 칸 위원장이 주도해 관련 규제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도 공정거래법 자체가 완전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본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을 과거 재벌들과 비슷한 행태라고 보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한겨레의 시각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매출도, 이익도 나오지 않는 초기 단계에서 카카오, 네이버 등이 수백억, 수천억을 주고 인수를 하니까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나가는 동기 부여가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 내용들이 잘 다루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김민정 미국에서 (플랫폼 기업) 규제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는데, 지면 기사가 많지 않았다. 8월에 아프간 관련 보도 이야기 나누면서 외부 전문가 기고를 언급했는데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대안을 살펴봐도 좋을 듯싶다.

홍윤희 ‘혁신? 탐욕? 3년 만 국감 소환 김범수의 입에 쏠리는 카카오, 톡!’이라는 영상을 만들었는데 내용을 쉽게 설명했다. 만듦새도 재미있었다. 친근하게 엠제트(MZ)세대에게 전달하려는 측면이 돋보였다.

또 좋았던 기사는 오픈 채팅방과 관련해 10월5일 1면에 실렸던 ‘닉네임 여릴곱여로 랜덤채팅, 마수가 뻗쳤다’다. 실제 사례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여러 시각을 넣어서 좋았다. 선임기자가 브랜다이즈 운동 등 반독점법들의 흐름을 유레카 칼럼(9월16일치 26면)으로 짚어준 점도 칭찬한다.

여러 한겨레 기자들이 이슈를 쫓아가면서 함께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신문들은 뉴스레터를 통해서 별도의 팀에서 이런 부분을 깊숙하게 다루고 있다. 핫이슈지만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니 다른 방안도 활용해볼 수 있다.

황세원 네이버 쪽 기사는 직장 내 갑질이 눈에 띄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업 1위로 뽑히고, 특히 개발 쪽에서 많이 채용하고 있어서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쁜 일자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대기업이 고용 상황에서의 지위가 너무 커지면, 그런 일이 생긴다.

지금 카카오나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에서 개발자를 어마어마하게 채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은 개발회사들의 생태계가 거의 죽었다. 개발자들은 아주 마음에 드는 자리가 아니더라도 일단 네이버 등에 들어가고 보는데, 한번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업계에서의 대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을 착취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한겨레가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임자운 플랫폼 기업 문제를 풀기 위한 또 하나의 측면은 정의당에서 이야기하는 알고리즘 공개다. 소비자,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줘서 사회적 규제를 유인하고 알 권리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한겨레는 플랫폼 기업의 정보 공개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듯하다.

또 하나는 카카오나 네이버, 쿠팡 등이 플랫폼을 만들어놓고 직접 사업자들도 운영하는데, 실제로 피해를 입은 사례들이 (기사로) 나와주면 한다. ‘독과점이라 문제야’만이 아니라 독과점을 통해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김경미 카카오 독점 관련해서 기사를 보면 ‘왜 카톡 공짜로 잘 쓰고 있는데 갑자기 규제를 하면 우리나라 기업이 어떻게 사냐’ 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카카오의 독과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일상에서 카톡을 유용하게 쓰다 보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또 많은 청년 창업가들이 이 문제를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들을 많이 올렸다. 그 내용도 궁금했다. 그런 지점이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김민정 약간 다른 측면에서 여러 플랫폼에서 일을 해도 산재보험 자격이 주어지도록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기사(‘여러 플랫폼서 일해도 산재보험 자격 법개정안 발의’·10월1일치 9면)를 인상적으로 봤다. 플랫폼 노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제도들이 정비되고 변화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이런 것 같다. 개정안 발의만 되고 언제 (국회에서) 통과될지 모르는 것이 우리나라 법안이기 때문에 관심을 이어가 주면 좋겠다.

‘빅테크를 통제할 수 있을까?’ 칼럼(9월23일치 27면)은 미국 빅테크의 규제 움직임이 있지만 워낙 정계 로비가 강력하게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법안이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마무리되는 글이었다. 공감하며 읽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 이슈도 다뤄봤으면 좋겠다.

황세원 경제 기사가 어려운 점이 새로운 제품이나 이벤트를 홍보하는 기사를 쓰면서, 한겨레는 다른 신문보다 훨씬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기사도 쓰기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원래 관심을 가져온 큰 이슈라면 홍보성 기사를 쓸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8월9일치 17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친환경 지수 더 높은 쪽은?’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어차피 전기를 화석연료로 생산하니까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보다 친환경 지수가 낮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생각하면 맞는 말이지만, 탈석탄을 해야 하고 목표를 당겨야 한다는 기사가 그달에도 쏟아지고 정부를 비판하는 상황이었는데, 하이브리드나 친환경이나 비슷하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온 것이 너무 아이러니했다. 스타벅스 리유저블컵 데이 관련 기사도 하루 차이로 엇갈린 기사가 났다. 하루는 이벤트를 친환경이라고 홍보하고, 하루는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하니까 독자 입장에서는 의문이 생긴다. 데스크는 한겨레의 주된 보도 방향과 대치가 될 만한 포인트가 있는 기사들은 사전에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김경미 국정감사가 있어서 경제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좋은 기사들이 많았다. 사실 국감 시즌이 되면, 좋은 자료들이 나오는데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이슈들이 짧게 단신으로 처리되고 만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혐오가 높은데 국감을 통해 정치의 역할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국감에서 쏟아지는 자료들을 한곳에 모아두고 이후에도 체크할 수 있도록 한겨레에서 장치를 마련해주기를 권유한다.

홍윤희 잠수하다가 사망한 특성화고 학생 기사를 지난 7일부터 한겨레가 꾸준히 써주는 점을 칭찬한다. 특성화고에서 실습을 하고 졸업한 학생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본 적이 있는데 상당수가 대학 진학을 원하더라. 특성화고의 구조적 문제점들도 이번 기회에 짚어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의 제일 곪은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분이고, 특히 육체노동이나 저숙련노동을 경시하는 풍조에 경종을 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임자운 우리나라가 어떤 사회문제나, 특히 노동 이슈가 생겼을 때 제일 앞서 나오는 반대 논리가 ‘경제’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참아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에게 먹힌다. 이때 말하는 경제는 대기업의 논리이거나 전체 금융, 그러니까 일반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는 대비되는 이슈다. 신문의 경제면이 그런 인식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해왔다. 경제라는 것을 일반 사람들의 삶과 대비되는 이데올로기처럼 만들어버리는, 나쁜 관념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언론이 하지 않나 싶다.

경제면 기사들은 대부분 대기업, 거대 산업 구조, 금융 정보들이 많다. (경제면을 보며) 내가 먹고사는 문제들이 나오지는 않지만 경제가 이런 것이라면 그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서민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서 신문 지면의 이름을 경제가 아니라 기업, 산업, 금융 등 조금 더 섬세하게 쓰는 것을 제안한다.

황세원 ‘문제는 경제야!’ 하는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전문가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좋은 일자리는 어차피 대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며 대기업만 쳐다보는 그런 일들이 있지 않나. 9월15일 1면에 실린 ‘이재용, 가석방 뒤 첫 공개 활동’은 청년 일자리 3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기사다. 약간 비판 논조를 섞긴 했다. 하지만 채용과 창출은 다른데, 그 말을 그대로 실었다.

정은주 편집위원들이 제가 놓친 지점들을 지적해 새로운 시각으로 (기사를 다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상충되는 기사들을 꼽아주셨는데, 그런 것을 잡아내는 것이 제 임무다. 더욱 예민하고 철저한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겠다.

권태호 경제면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간다는 지적, 타당하다고 본다. 대기업은 수적으론 전체 영리기업의 0.1%(종사자 기준 24%)를 차지하지만, 경제 지면 대부분을 대기업이 차지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지만, 자영업 관련 보도는 경제면에 실리지 않는다. 또 기업정보가 아닌 직장인·소비자 경제활동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 이 고민을 한겨레가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영역은 인력 투입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져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측면이 있다. 앞으로 우리 경제 움직임을 온전히 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은주 콘텐츠총괄 ejung@hani.co.kr, 녹취 설선정

■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9기 열린편집위원들은 지난 9~10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16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기사는 자치구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과 관련한 연속 보도였다. 이 기사를 추천한 김준범 위원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는 시점에 공무원이 부당한 방법으로 수당을 타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1. 자치구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 연속 보도

박태우 사회정책부 기자
심사평: “‘사소하다’, ‘다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묵인되어온 부정행위를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한 기사.”

2. 여수 현장 실습생 사망 관련 연속 보도

장예지·이우연 사회부 기자, 이유진·김지은·박태우·신다은 사회정책부 기자
심사평: “꾸준하게 보도를 이어가며 친구들의 반응을 전하고 사고 발생 원인을 다각도로 짚어 타사 보도와 차별화됐다.”

3. “카카오가 93개사 삼킬 때, 정부 제재 한번도 없었다”

이재연 경제산업부 기자
심사평: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인수합병을 견제하는 법제 정비가 시급함을 잘 보여줬다.”

4. 2022년 복지예산안 분석 기획 보도

이지혜 경제산업부 기자
심사평: “자세한 분석과 이해하기 쉬운 그래픽으로 복지 예산의 문제점을 잘 짚었다.”

5. 싼방 찾아 언덕 위로…고시생들 떠난 자리, 벼랑끝 중년이 갇혔다

채윤태 사회부 기자
심사평: “고시촌의 변화된 풍경을 세심하게 포착하고 주거빈곤의 문제의식을 잘 녹여낸 기사.”

정환봉 소통데스크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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