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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엠비어천가·특혜…거꾸로 간 3년

등록 2011-08-28 21:40수정 2011-08-31 11:23

지난 2009년 7월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언론관계법 의결을 막으려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과 이를 통과시키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지난 2009년 7월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언론관계법 의결을 막으려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과 이를 통과시키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국언론의 시계
보수신문에 방송 소유케…언론지형 ‘우클릭’ 재편
종편 살리려 광고금지 완화·KBS 수신료 인상 꾀해
세계 언론정책의 화두는 공공성 강화지만 한국 언론의 시계는 거꾸로다. 이명박 정부 3년8개월 미디어정책은 신문과 방송 겸영 전면허용으로 대표되는 규제 완화와 보수신문에 대한 ‘보은성 특혜’로 요약된다. 언론 공공성은 뒷전이었다.

정부의 ‘방송 장악용’ 언론구도 재편 의지가 ‘방송 진출’이라는 보수 신문들의 숙원과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에 안긴 종합편성채널 선물은 그 와중에 챙긴 ‘값비싼 전리품’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여론 다양성과 언론 생태계 파괴 그리고 그로 인한 민주주의 기반 약화 등 더 값비싼 대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통위에서 종편 채널 사업자를 발표한 뒤 손짓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통위에서 종편 채널 사업자를 발표한 뒤 손짓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방송 장악과 보수신문 보은용 규제완화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 뒤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가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신방 겸영 전면확대를 밀어붙였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신문이 방송을 자유로이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했다. 하지만 이는 일면의 진실에 불과했다.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선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같은 주에선 시장 점유율이 높은 신문과 방송이 교차소유할 수 없다. 오래전부터 겸영을 허용한 일본의 경우 되레 이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신문이 상대적으로 정부 입김을 많이 받는 방송을 소유하면 감시 기능이 무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신문의 방송 진출을 제한하는 법적 규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지난 2006년 신문법 관련 위헌소송에서 신방 겸영을 금지한 신문법 규정을 민주주의 존립 기반인 여론 다양성 확보장치로 인정했다.

하지만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막무가내였다. 여당은 2008년 12월 조중동 종편의 길을 튼 언론관련법을 국회에 내밀었고 다음해 7월22일 날치기 처리했다. “엠비정권 탄생에 기여한 조중동에 방송 진출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는 각계의 목소리는 안중에 없었다.

이 법은 통과 이후 바로 정부·여당이 기대했던 효력을 발휘했다. 현 정부에 우호적인 보수신문의 논조가 더 선명해졌다. 본격적인 ‘종편 채널 따내기’ 경쟁에 들어선 탓이다. 방통위는 채널 선정을 최대한 늦췄고 마지막 발표 때까지 허가 채널 숫자도 공개하지 않았다. 권력과 보수신문의 밀월 기간은 그만큼 늘어났다. 정부는 결국 조·중·동과 매경의 손을 모두 들어줬다. 국내 방송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종편 1개 정도가 적절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쇠귀에 경읽기’가 됐다. 현 정권에 유리한 방송 지형을 만들기 위한 의도에 미디어 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갇혀 버린 것이다.

선정된 사업자한테조차 불만스러운 결정이었다. 보수신문은 선정 직후 4곳이나 허가했으니 먹고살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특혜를 요구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오른쪽)가 지난 2009년 10월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나라당이 강행 처린한 언론관계법 무효를 주장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오른쪽)가 지난 2009년 10월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나라당이 강행 처린한 언론관계법 무효를 주장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종편 특혜 한보따리

종편은 유료 방송이다. 영화·드라마·스포츠 등 특정 장르만을 다루는 케이블채널과 달리 종편은 보도·교양·오락 등 다양한 분야를 종합 편성한다는 점에서 지상파방송과 동일한 서비스다. 이처럼 영향력이나 사회적 책무는 지상파에 버금가지만 규제는 지상파에 비해 헐겁고 특혜는 한보따리다. 현행 방송법은 종편에 대해선 전국을 권역으로 의무송신하도록 하고 있다. 지상파는 할 수 없는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편성과 심의 규제도 느슨하다.

이 가운데 특히 의무송신 조항이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이다. 지상파 중에서도 <한국방송> 1텔레비전과 <교육방송>만이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반드시 내보내야 하는 의무송신 채널인데, 종편 4개가 한꺼번에 그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에스오들은 평균 70개의 송신 채널 가운데 그만큼을 걸러내야 한다. 언론단체들은 이 조항이 채널간 공정경쟁을 명백히 저해한다고 반발한다. 종편 개국 이후 관련 법 조항에 대한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의무송신 등 종편 특혜를 금지하는 법을 지난달 발의했다.

이른바 황금채널 배정 여부도 마찬가지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종편에 낮은 채널 번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오들은 편성권은 고유의 권한으로 재산권 침해라고 즉각 반발했다. 올 12월 개국을 맞추려면 종편들은 에스오들과 다음달까지는 채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의약 전문품목과 샘물 등 광고금지 품목 완화 추진도 갈등 소지가 큰 종편 특혜정책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의지를 갖고 추진중인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도 종편 지원정책과 무관하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은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일부 광고 축소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장에 흘러나올 이 광고들이 ‘종편의 먹거리’로 유입될 수 있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종편 운영 신문사들의 보수·친재벌적 성향의 논조가 방송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여론 독과점이 심화되고 상업주의 경쟁으로 언론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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