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엔지오

“취업률 70% 비결요? 20여년 기업 경험서 답 찾았죠”

등록 2016-04-27 18:53수정 2016-04-27 20:57

서재경 ‘아름다운 서당’ 이사장. 사진 김성광 기자 <A href="mailto:flysg2@hani.co.kr">flysg2@hani.co.kr</A>
서재경 ‘아름다운 서당’ 이사장.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짬] 교육봉사단체 ‘아름다운 서당’ 서재경 이사장
서재경(69) ‘아름다운 서당’ 이사장은 7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남은 삶의 목표로 ‘7300820’이란 숫자를 제시했다. 일흔이 되기 전에 300명의 인재를 길러내고 여든 살이 되기 전에 20권의 책을 쓰겠다는 바람이었다. 그가 2005년 만든 아름다운 서당은 은퇴자들의 교육봉사단체다. 대기업 임원이나 금융회사, 언론사 간부들이 사회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집중교육을 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키운다는 취지다. 11년 전 전남대에서 16명의 학생으로 첫발을 뗀 서당은 지금은 서울(2)과 순천, 제주에서 4개의 반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료자는 650명가량 된다. 소망의 절반을 거뜬히 성취한 서 이사장을 지난 25일 서울광장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기업 임원 등 퇴직자들이
사회진출 앞둔 대학생 지도
고전 100권 읽기에 봉사도 필수
2005년 이후 650여명 수료

대우 근무 40대때부터 봉사 꿈꿔
‘해피시니어어워즈’ 첫 수상도

서 이사장은 2008년 희망제작소가 처음으로 수여한 해피시니어어워즈 희망씨앗상을 받았다. 그의 시니어 사회공헌 모델이 퇴직 뒤 제2의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의 롤모델로 평가받은 것이다. 매년 9월에서 이듬해 8월까지 1년 단위로 이어지는 서당의 영리더스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무척 빡빡하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인문학, 경영학, 한국경제사, 케이스스터디, 발성법과 발표기법, 시간활용법, 에세이 등의 수업들이 진행된다. 봉사활동도 해야 하고 8주 인턴 체험도 있다. 학생들은 매주 세 권의 동서양 고전을 읽고 생각을 나눈다. 이를 두고 한 수료생은 후기에서 ‘서당은 제목만으로도 식은땀이 나는 책들을 읽고 너도나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감탄하는 곳’이라고 했다.

“2005년 1기 등록생 중 세 명이 중도탈락하고 나머지 13명이 모두 취업을 했죠. 당시 대학생 취업률이 30%를 밑돌던 시절이었어요. 지금도 취업률이 70% 정도 됩니다. 당시 저는 기업들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확신이 있었어요. 정답을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그대로 가르치겠다고 맘먹었죠.”

서당의 모토는 3C다. 성품(캐릭터), 역량(콤피턴스), 소명의식(커미트먼트)의 영문 약자를 땄다. “시이오들에게 원하는 인재상을 들어보면 결국 3C로 귀결됩니다. 기업 오너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소명의식은 자존감이죠. 자기정체성이나 가치관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충성과는 다릅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결국 마지막 승부는 성품에서 납니다.”

서당의 커리큘럼은 이런 믿음에 대응하는 것이다. 수강생은 고전 100권 읽기 과정을 무척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는 11년째 이 프로그램을 고수하고 있다. “처음에 성품을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이 컸죠. 방법을 몰랐어요. 막연히 고전 명작을 공부시키면 혹시 젊은이들 성품이 (좋은 쪽으로) 강화되지 않을까 추론했습니다. 봉사활동은, 땀 흘리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이웃에 대한 관심이 생겨 소명의식을 키우지 않을까 해서 포함시켰죠. 실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

그가 답을 안다고 생각한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그는 권력이 언론을 직접 통제했던 유신시절 3년여 기자 생활을 한 뒤 77년부터 99년까지 ‘대우맨’으로 일했다. 마지막 직책은 대우증권 부사장이었다. 대우 시절 공채 면접위원도 지냈고, 신입사원 교육 경험도 적잖았다. “퇴직 뒤 한국외국어대에서 2년 강의를 하면서 대학생들의 취업 문제가 심각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만 (교육 내용을) 조정하면 기업 인재상과 학생의 간극을 맞출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해외시장 개척에 여념이 없던 40대 중반부터 그는 은퇴 뒤 사회봉사를 꿈꿨다. 고향인 목포에 조그만 집을 마련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가난한 학생들에게 고전을 읽히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삶을 그렸다. “어린 시절 무척 가난했어요. 당시 사회단체인 로터리나 교회가 주는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이어갔죠. 나이 들면 고향에 가서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외환위기 여파로 은퇴 시기가 빨라지면서 사회공헌 활동의 궤도가 조금 수정된 것이다. 그는 지금도 40대 때의 다소 낭만적인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금 교수진은 50여명이다. 그만둔 이까지 합하면 70명에 이른다. 이들이 그에게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은 “좋은 기회를 줘 고맙다”이다. 스승과 제자의 첫 대면 때 다소 불편한 기운이 흐르는 것도 사실이다. “강사들이 무보수로 자신의 인생에 도움을 주려 한다고 학생들이 인정하는 순간 변화가 옵니다. 어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있었는데 자기 돈 들여 애 터지게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서 신경써준다고 느끼는 것이죠. 진정성이 통하는 순간 스파크가 입니다.”

어려움을 물었다. “서울과 지방이 다릅니다. 지난해 서울은 80명 모집에 160명이 지원했어요. 대신 후원자를 얻기가 쉽지 않죠. 지방은 학생 모집이 힘들어요. 중도탈락도 꽤 되지요. 의욕상실이라고 할까요.” 그는 오는 9월 신협 후원으로 전주에 서당을 연다. 목포대에서도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서 이사장은 이번 가을 책 한 권을 더 낼 생각이다. 학생 지도 경험을 토대로 청년문제 해법을 제안하려 한다. 그의 아이디어는 학교·국가·가정·기업·젊은이 5자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나 언론, 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답이 없습니다. 결국 모두 다 변해야 합니다.” 그는 특히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면서 기업들은 머니게임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기업가 정신이 출발입니다.” 풀빵 장사를 하더라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5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게 그의 충언이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1.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땅 꺼지고 주택도 잠겼다…폭우에 전국 900여명 대피 2.

땅 꺼지고 주택도 잠겼다…폭우에 전국 900여명 대피

[현장] “성착취물 떠도는 것 알고 자퇴 고민…꼭 살아 있어 달라” 3.

[현장] “성착취물 떠도는 것 알고 자퇴 고민…꼭 살아 있어 달라”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4.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5.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