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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성추문 스캔들’ 배후는 자승?…해인사 둘러싼 종단 권력싸움

등록 2023-01-31 07:00수정 2023-11-30 11:02

계율 범한 전 주지 현응 스님 사직
종단서 수리 않고 후임 입김 움직임
해인사, 추천후임 신속임명 촉구
종단 안팎 “자승 자기편 심기 술책”
경남 합천군 가야면 매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해인사 전경.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경남 합천군 가야면 매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해인사 전경.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전 주지 현응 스님의 범계(불교 계율을 범하는 것)로 주목받고 있는 해인사가 종단 권력과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해인사의 최고 어른인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은 지난 26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에게 해인사 사태와 관련한 의견서를 보내, ‘현응 스님에 대한 징계와 후임 주지 임명은 분리해서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성추문에 휘말린 현응 스님이 이미 12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16일 해인총림 임회에서 현응 스님을 산문출송(승려들이 큰 죄를 지었을 경우 승권을 빼앗고 절에서 내쫓는 제도) 하고, 17일 후임 주지로 원타 스님을 추천했으니 종단 법정 기한인 10일 이내 주지 임명 절차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총무원이 현응 스님의 주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채 후임 주지 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자 해인사는 사임서가 총무원에 도달해 접수되면 종단 법적으로 바로 사임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내면서 법률 자문을 첨부했다. 해인사는 이를 통해 후임 주지 임명의 정당함을 설파한 것이다.

조계종단 안팎에서는 현응 스님 범계 현장을 덮치기 위해 뒤를 밟아온 전 주지 선각 스님 쪽 계파인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해인사 비대위)에 의해 폭로된 이번 ‘현응 스님 범계 사건’이 조계종 막후 실세인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선각 스님과 힘을 합쳐 해인사까지 장악하려는 계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선각 스님 쪽 계파인 해인사 비대위가 방장 원각 스님과 전 주지 현응 스님 쪽이 후임 주지를 임명하려는 것을 저지하려고 물리적 충돌까지 마다치 않으며 후임 주지로 원타 스님 임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자승 스님의 해인사 장악 시나리오에 의함이라는 것이다.

2013 대장경 세계문화축전 개막식을 앞두고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 진본 8점이 이운되는 장면.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3 대장경 세계문화축전 개막식을 앞두고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 진본 8점이 이운되는 장면.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불교 엔지오(NGO)인 정의평화불교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세간에서는 (해인사) 비대위의 배후로 자승 전 원장이 관련되어 있기에 (해인사) 비대위의 연이은 폭로 또한 순수하게 쇄신과 정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해인사를 손에 넣기 위한 술책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지금까지 혼인증명서까지 발급된 승려, 성매매 혐의로 사회법의 법정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승려, 10년 이상 사실혼 관계인 승려, 법정에서 쌍둥이 아빠로 드러난 승려들이 모두 주지 등 소임을 유지하는 등 자승 전 원장 체제에서 자기편이면 큰 죄를 범해도 소임을 주고 청정한 승려라도 자신을 비난하면 내쳤다”고 비판했다.

현응 스님보다 더한 범계 사실이 드러난 승려들도 자승 스님 편이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권력을 유지하고, 반대편에 서면 어떻게서든 흠집을 잡아 제거에 나서는 게 자승 권력 체제의 민낯이라는 것이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도 “자기편이라고 봐주고 정적에게는 가혹한 당동벌이(黨同伐異·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뜻이 같은 무리끼리는 서로 돕고 그렇지 않은 무리는 배척함)가 조계종단을 끝없는 수렁으로 빠뜨려왔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불교계에서는 조계종 내 전국 25개 교구 본사와 종회 권력을 대부분 장악한 자승 스님이 아직 장악하지 못한 해인사까지 손에 넣기 위해 총무원을 움직여 해인사가 추천한 후임 주지 임명을 막아, 결국 자파 세력으로 후임 주지와 방장까지 채우려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해인사는 성철 스님, 혜암 스님, 법전 스님 등 조계종의 상징인 종정을 가장 많이 배출한 본사인데다 조계종 비구 승려들의 10%가량이 속해 있어 가장 무게감 있는 사찰로 꼽히고 있다. 이들이 과연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종찰로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자승 권력 체제에 얼마나 맞설지가 주목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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