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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먹는대로 인격과 몸 만들어져…최고의 양념은 마음”

등록 2015-08-02 21:20수정 2015-08-03 16:40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
[짬] ‘전통 사찰 음식’ 전파하는 계호 진관사 주지스님
“먹는 대로 인격과 몸이 만들어집니다. 그럼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조용하다.

다시 묻는다. “얼마큼 먹어야 할까요?” 주먹을 내보인다. “한 끼에 내 주먹만큼 먹으면 됩니다.”

“그럼 최고로 좋은 양념은 무엇일까요?”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바로 여러분 안에 있는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계호(66) 진관사 주지스님이 칼을 잡았다. 날렵하게 호박을 썬다. 가지런히 잘린 호박은 주방장을 수줍게 바라본다. 40여명의 ‘공양주’들은 숨을 죽이고 계호 스님의 강의를 경청한다.

전국서 모인 40여명 공양주에
올바른 사찰음식 한수 가르침

지난해 백악관 주방장이 찾아와
콩국수·오이물김치 배워가기도

“인스턴트 음식·육식·과식으로
육체가 궤도 이탈하면 병 생겨”

지난달 28일 서울 진관사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40여명의 사찰음식 요리사들이 올바른 사찰음식을 만드는 방법과 공양의례에 대해 공부를 했다. 공양주는 절에서 승려와 일반인들이 먹는 음식을 만들고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만드는 이들로 대부분 여성이다. 이들 공양주들은 이날 계호 스님이 만든 제철음식인 깻잎배즙무침과 표고버섯조림, 우엉조림과 강된장을 만들고, 시식을 하며 즐거워한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미국 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박사가 한국에 와서 첫번째 방문지로 선택한 북한산 자락의 비구니 사찰 진관사는 지난해 백악관 영양정책 선임고문 겸 부주방장인 샘 카스가 방문해 직접 사찰음식을 배우기도 했다. 샘 카스는 계호 스님에게 콩국수와 오이물김치 만드는 법을 배워 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 사진 이길우 기자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 사진 이길우 기자

진관사 안에 산사음식연구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찰음식을 교육하고 있는 계호 스님은 고교 시절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포교당을 다니며 고교 시절 내내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어요. 음식을 만들고 베푸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요.”

사찰음식은 육체적 활동량이 적은 적은 승려에겐 소화가 쉽게 되고,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온종일 일을 하는 현대인들이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채식주의자들이 관심을 두는 음식 역시 사찰음식이다.

“일미(一米)가 칠근(七斤)입니다. 쌀 한 톨을 7근의 무게로 여기고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물 한 방울에 천지의 은혜를 느끼고 한 톨의 쌀에서 만민의 땀을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 계호 스님은 “음식이 곧 약이니 잘 골라서 먹어야 한다”고 한다. 석가모니도 설산에서 6년간 고행하면서 일마일맥(一麻一麥·깨 한 알과 보리 한 알)에 의지했다고 한다.

우선 제철에 나는 채소를 냉장 보관하지 않고 그때그때 먹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음식은 깨달음을 위한 수행을 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담백해야 합니다. 특히 매운 다섯가지 채소를 피해야 합니다.”

오신채(五辛菜)는 파, 마늘, 양파, 부추, 달래다. 불교에서는 이 채소들을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 사진 이길우 기자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 사진 이길우 기자

계호 스님은 육식을 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영양소는 채소에서 모두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단백질은 콩으로 만든 두부 등에서 섭취합니다. 칼륨은 다시마와 미역 같은 해조류에서, 탄수화물은 쌀과 같은 곡물에서, 비타민은 오이, 당근, 양상추 등에서 충분히 섭취합니다.”

또 조리를 할 때는 짜거나 맵지 않게 재료의 풍미를 살려야 하고, 음식은 끼니때마다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반찬의 가짓수는 적어도 영양이 골고루 포함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공양주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그는 일반인들이 소식할 것을 권한다. 음식에 욕심을 내면 깨끗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몸에 병이 생기는 것은 육체의 균형을 잃어버려 생기는 것입니다. 소우주인 인간의 육체가 인스턴트음식과 육식과 과식으로 궤도를 이탈하는 순간 몸에 병이 생깁니다. 소식과 절제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꼭 지켜야 합니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 최근의 ‘먹방 열풍’을 모른다는 계호 스님은 3가지 사찰음식의 원칙을 이야기한다. “첫째는 청정입니다. 깨끗해야 하는 것이죠. 둘째는 유연입니다. 삶고 데쳐서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곧 겸손한 마음으로 음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여법(如法)으로 부처님의 뜻에 맞추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호 스님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콩국수와 두부조림이다. “백악관 주방장에게 밀가루를 반죽해서 국수를 만드는 법과 콩을 갈아 콩국물을 만드는 요령을 가르쳐줬어요. 두부는 너무 좋아하는 식재료입니다. 두부조림이면 만사 해결입니다.”

“1일 부작(不作)이면 1일 불식(不食)’이니, 밥값을 하지 못하면 먹어선 안 된다”고 엄격하게 이야기하는 계호 스님은 “자애로운 관세음보살의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자세가 된다”며 “행복하려면 몸이 건강해야 하고, 몸이 건강하려면 좋은 음식을 먹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호 스님은 진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67년 사미니계를 받고, 2006년부터 진관사 주지로 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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