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 간하.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짬] 한국 찾는 타이 고승 아잔 간하 스님
수십년 숲속 수행 뒤 깨달음
타이의 최고 스님으로 추앙 ‘나눠야 집착 없어진다’
신자에게 먹을 것 뿌려
25일 세계명상대전 참석 그는 은둔의 스님이다. 오랫동안 숲 속의 사찰에서 은거하며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붓다의 가르침을 수행하여 최고의 경지에 오른 ‘아라한’으로 불린다. 더 이상 배우고 닦을 것이 없다는 무학(無學)의 단계이다. 그가 머물고 있는 사찰은 방콕에서 동북쪽으로 250㎞ 떨어진 카오야이 국립공원 기슭에 있다. 그는 명상 수행 도중 자신을 공격하는 거대한 킹코브라를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이 해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전설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9m짜리 코브라가 달려들었나요?” 스님은 부드럽게 웃는다. “과장된 이야기입니다.” “20년 전 치앙마이 인근의 사찰 부근 숲 속에서 제자 3명과 함께 깊은 명상에 들어갔어요. 오후 7시쯤이었는데 굵기가 어른 팔뚝 두 배쯤에, 길이가 5m 되는 킹코브라가 다가왔어요. 뱀에게 물었어요. ‘나를 찾아왔느냐?’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었어요. 그러니 킹코브라가 1분가량 얌전히 있었어요. 마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갈 때가 됐으니 이제 가라’고 하니 물러났어요.” “킹코브라가 무섭지 않았나요?” “뱀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안 무서웠어요.” “왜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마음을 넓게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계속 물었다. “똑같은 대상을 두고 누구는 뱀으로 보고, 누구는 친구로 보는데 차이가 뭔가요?” “자기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 있고 없고 차이입니다.”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것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깨달음인가요?” “깨달음이라는 건 자기 자신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아! 스님이 말하는 깨달음이 뭔지 가까이 가고 있다. “내가 없어지면 왜 깨달을 수 있나요?” “내가 없으면 깨달음이 있고, 내가 있으면 깨달음은 없어요. 옷을 벗어야 해요. ‘나’라는 옷을. 당신이 자신이라고 여기는 자아감이 사라져야 해요. 그것은 자아라는 환상입니다. 그런 감각이 사라지면 비로소 행복감과 평화가 옵니다.” “그럼 깨달음은 뭔가요?” “일단은 자신을 먼저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뭘 해야 할 것인가를 알아야 해요. 그러면 그다음에는 더 높은 차원의 내용을 알게 됩니다. 깨달음이란 개념은 너무나 멀다고 느껴지고, 더 많이 읽을수록 더 멀게 느껴지곤 해요. 하지만 우리가 내면으로 주의를 돌리고 ‘지금’으로 돌아온다면 그것은 더 가깝게 느껴지고 더 쉬워지며, 모든 고통을 쉽게 소멸시킬 수 있는 길을 알 수 있어요.” “어떤 노력을 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나요?” “쉬운 건 아닙니다. 쉬운 것 같으면 다 성자가 됐겠죠. 부처님은 편안하게 숨 들이마시고 내쉼으로써 마음을 이완시키는 법을 가르쳐 주셨죠. 마음을 통제하거나 조절하는 것, 출생, 노화, 질병, 사망, 칭찬, 질타에 끼어드는 게 우리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의무는 그저 편안하고 평화롭게 숨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일 뿐입니다.” 더 이상 못 참고 물었다. “스님은 깨달으신 아라한이신가요?” “차라리 길가의 닭에게 물어보시죠. 당신이 아라한인가를. 하하하.” 그는 10남매를 둔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10살에 큰형님의 죽음을 보고 스님이 되기로 작정하고 20살에 출가했다. “스님이 되면 윤회의 위험에서 벗어나 고통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4년 정도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타이의 불교 대선사였던 아잔 차의 조카이자 제자로 수십년 동안 숲 속에서 탁발수행하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행복하신가요?” “번뇌는 없어요.” 아잔 간하는 타이의 재가 신자들에게 ‘루앙 포 야이’(최고의 스님)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찰에 찾아오는 신자들과 격의 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탕이나 음료수, 바나나 등 먹을 것을 시원하게 던져준다. 갖고 있는 것은 아낌없이 나눠야 집착이 없어진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는 25일부터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리조트에서 3박4일간 열리는 세계명상대전에서 명상 지도를 하기 위해 처음 한국에 온다. 특히 26일 오후 2시부터는 동양의 참선을 서양에 전파한 오스트레일리아 고승 아잔 브람(65), 한국 간화선의 대표적 선승인 혜국 스님(68)과 ‘무차(無遮)대회’를 벌인다. ‘무차대회’는 스님과 재가 신자, 남녀노소 구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법문을 듣고 토론하는 불교 특유의 토론장이다. 이 대회를 마련한 각산 스님(참불선원장)은 “조계종단의 배려로 준비한 이 대회는 세계적인 명상의 고승들이 ‘깨우침의 방망이’를 힘껏 휘둘러 대중들에게 수행과 명상에 대한 환희심을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오야이(타이)/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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