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쿠바 기행 시집 낸 진관 스님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혁명 지도자’도 보고싶어 첫 발길
“90살 그의 장수를 기원하며 그려” 아바나 광장 돌며 ‘목탁’ 치자
현지 젊은이들 몰려와 인증샷 ‘감동’
“남미 불교 전파의 교두보 삼아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장 진관(사진) 스님이 25번째 시집 <쿠바 아바나>(한강)를 냈다. 시인이자 화가인 그가 지난 1월 쿠바 여행을 다녀와서 쓴 시들을 모았다. “쿠바혁명의 주역인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성지와 <노인과 바다>를 쓴 헤밍웨이가 창작 활동을 한 곳을 둘러봤어요. 흥분됐어요.” 지난 14일 종로 조계사에서 쿠바에서 입었던 법의 차림으로 만난 진관 스님은 “꿈에서도 그리워한 곳이어서, 한국 승려로서 가장 먼저 쿠바에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항한 쿠바 민중의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미국을 몰아낸 그들의 함성과 용기가 항상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 밀리지 않은 지도자의 모습도 보고 싶었고요.” 그런 심정을 그는 시에 담아냈다. “쿠바의 혁명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그렇게 권력의 힘이 무거운 무기였는데/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일어난 혁명/ 일어나 외치는 힘 그것은 영혼이다/…/ 보라 민중이여 민중들의 힘을 보라/ 그것을 지켜라 전승하라 혁명의 정신을”(‘쿠바혁명을 생각한다’ 중에서) 진관 스님은 19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10년 동안 광주 무등산에서 살았다. 청년들과 함께 반독재운동을 했다. ‘무등’(無等)의 정신으로 독재와 분단에 맞섰다. 68년 해인사에서 비구계를 받은 그는 87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민주화운동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렀다. “감옥에서 1시간씩 팔굽혀펴기 운동을 했어요. 생각을 정리하고 가다듬으며 재충전하는 데 옥살이만한 게 없었어요. 덕분에 몸도 건강했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없네요.” 14년 전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미선·효선양을 위해 단식하며, 운동으로 다졌던 근육이 다 빠져나간 탓이라고 했다.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둔 카스트로에 대해 각별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스트로는 게릴라전을 벌여 친미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미국과 국교 단절까지 하며 민족의 자존심을 지켰어요. 미국의 지원을 받은 반혁명군도 격퇴했고,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정치를 폈어요.” 그는 이번 쿠바에서 카스트로에게 자신이 그린 학 그림을 선물했다. 직접 만나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통일을 염원하며 그린 붉은 달이 있는 학 그림은 그동안 감옥에 갇힌 양심수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려주었던 것이다. “학은 장수의 상징입니다. 올해 90살이 된 카스트로의 반미 정신을 기리고 싶었어요.” 쿠바엔 일제시대 쿠바로 이주한 한인 200여명이 아직 살아 있다고 한다. 1920년대 일제에 의해 멕시코의 에네켄 농장으로 팔려왔던 조선인 중 일부가 쿠바에 들어가 정착한 이들의 후예라고 한다. 진관 스님은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다시 맺은 만큼, 우리가 한인들을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불교가 쿠바에 불교를 전파할 기회가 왔다고 했다. “쿠바에는 목탁과 비슷한 전통악기가 있어요. 그래서 쿠바인들은 목탁을 낯설게 보지 않았어요. 목탁을 두드리는 순간 쿠바 젊은이들이 다가오는데, 최고 수준의 기쁨이 몰려왔습니다.” 그는 “이미 프랑스의 명상불교가 쿠바에 들어와 있는 상태”라며 “조계종이 아프리카 등지에서 포교 사업을 하듯 쿠바에도 불교를 전하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 불교를 전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관 스님은 “미국은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반환하고, 폐쇄해야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다”며 “유엔도 인권이 없는 관타나모 교도소를 폐쇄하고 쿠바 내 미군기지를 반환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풀 한 포기조차도 남달리 느껴져 지었다는 시 한 수를 읽어주었다. “풀도 쿠바에서는 혁명을 말하나/ 쿠바 민중들의 삶을 말해/ 바람이 불어오면 넘어지지 않는/ 쿠바의 풀은 혁명의 풀밭이다.”(‘쿠바의 풀밭’ 중에서)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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