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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교

해인사, 한국전쟁 70주년 맞아 10만명 참여하는 ‘수륙대재’

등록 2020-02-12 18:48수정 2020-02-13 02:34

[짬]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한국전 70년 만에 138만 희생 고혼 달래는 위령제 엽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는 국보 팔만대장경판이 있는 ‘법보(法寶·진리의 보물)종찰’이다. 그 해인사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사격에 걸맞게 10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를 펼친다. ‘한국전쟁 70주년, 해원과 상생을 위한 해인사 수륙대재(水陸大齋)’를 봉행하는 것이다. ‘수륙대재’란 온 천지와 강과 바다와 땅에 존재하는 모든 고혼의 천도를 위하여 지내는 의례로, 개인 천도의 성격을 띤 영산재에 비해 공익성이 두드러지는 불교 의식이다. 해인사 주지 현응(65) 스님을 12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만나 그 취지를 들어봤다.

남북한 간, 북미 간 냉기류가 흐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김 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 간 만남으로 한국전쟁 후 70년의 동토가 풀릴 것이라던 설레임이 아득해지고 있다. 남·남 갈등은 전례 없이 격화하고 있다. 이런 때 전쟁의 피아를 넘어서는 행사라니. 그러나 그는 “가야산의 품이 넓지 않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이념 대립과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 무엇인가. 70년 전 한국전쟁 아닌가. 그 당시의 악몽과 공포로 인한 불신과 아픔이 남아있다. 특히 전쟁 때 서로를 죽이고 죽인 원한이 한반도 곳곳에 스며 있어서 그 아픔과 후유증을 아직도 씻지 못하고 있어서 치유의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데 6·25가 발발한 지 70년이 되도록 국가적 차원의 합동 위령제 한번 지내지 못했다. 불교계 안에도 다양한 이념을 가진 분들이 있지만, 이미 죽은 이들을 위한 인도적인 위령제를 종교는 할 수 있지 않은가.”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기보다는 역류를 마다치 않고 일을 벌이는 게 그답다. 그는 1994년 조계종단을 개혁할 때 핵심 브레인 구실을 한 인물이다. 또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조계종 교육원장을 맡아 전통 한자 경전 교육에 치중해온 승려들이 인문학 등을 폭넓게 공부하고 사회참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개혁을 시도하고, 지난해 8월부터 해인사 주지를 맡고 있다. 그로선 두 번째 하는 해인사 주지다.

역사적으로 국난 뒤엔 수륙대재를 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직후 국가적으로 희생자들을 위령하기 위해 국행수륙대재를 봉행해왔고, 수륙대재 의식이 해인사 대장경 판각에도 새겨져 있다고 한다.

해원과 상생 위한 해인사 수륙대재
6월 7일 10만 참여 대규모 행사로
고혼 천도 위한 공익적 불교 행사
“70년간 국가 차원 합동위령 전무
이제 종교 나서 인도적 위령할 때”

94년 조계종단 개혁 때 주도적 구실

“해인사는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조성한 팔만대장경을 모신 곳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끈 사명당 대사가 주석하다가 열반한 곳이기도 하다. 또 3·1운동 때 불교계 대표였던 백용성 스님이 수행정진하던 곳이다.”

국가적 위기의 전환을 위한 행사를 하기에 해인사만 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은 한국전쟁 때 한 줌의 재가 될 뻔한 일화를 간직하고 있다. 현응 스님은 “낮엔 가야산에 올라갔다가 밤이면 해인사에 내려오는 빨치산들 때문에 해인사 일대를 소개하라는 명령을 받은 당시 공군 김영환 대령이 해인사를 폭격하지 않아 해인사와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전쟁 기간 국군 13만7천여명, 경찰 3천여명, 남한 민간인 24만4천여명, 북한 민간인 28만2천명, 미군 등 유엔군 3만7천여명, 북한군 52만명, 중국군 14만8천여명 등 모두 138만명이 희생됐다. 그 많은 사망자의 상당수를 유골 수습도 못 했고, 확인이 안 된 사망자도 적지 않다. 그 아픔의 큰 빙산을 하루아침에 녹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70년 전 전쟁을 하기 전까지는 오래도록 한민족으로 살아온 사람들 아니었느냐.”

현응 스님은 추모음악회와 수륙대재에 북한과 유엔군 등 전쟁 당사국 대표들도 초청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현충일인 6일 오후 7~9시 산사의 추모음악회와 일요일인 7일 오전 10~12시엔 수륙대재가 펼쳐진다. 전쟁의 참상을 알 수 있는 사진과 설치예술이 산사를 장식하고, 각종 퍼포먼스와 체험행사도 준비된다. <전쟁과 평화>라는 단막 뮤지컬도 공연된다. 수륙대재가 전통의식이지만, 이번 행사는 참여자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게 우리말로 봉행되며, 군 의장대, 군악대, 취타대, 어린이 합창단이 함께 어우러져 사회 각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대식’으로 꾸며진다.

해인사는 해원과 상생을 위한 추모등을 해인사 일원과 진입로에 설치하고, 오는 4월30일 ‘부처님 오신날’의 봉축등도 ‘한국전쟁 추모등’으로 내건다. 또 3월부터 수륙대재날까지 해인사를 방문하는 참배객들의 소원 및 기원을 담은 소원지를 행사장 소원나무에 걸었다가 행사 때 화로대에 살라 평화와 통일을 기원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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