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밤 11시. 서울의 한 대형병원 암센터 앞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잠을 청하고 있다. 지역 암 환자와 보호자들은 진료대기를 위해 병원 안에서 밤을 보내기도 한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큰 병 걸리면 서울로 가라.’ 수도권 대형병원 앞은 지역 암 환자들의 거대한 대기실이다. 해마다 비수도권 암 환자의 30%, 소아암 환자는 70%가량이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한다.
체력이 약한 환자가 4~5시간씩 걸려 수백㎞를 통원하거나, 아예 병원 옆에 거처를 얻어 서울살이를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 대형병원 앞 풍경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 대형병원 인근에 하나둘씩 ‘환자방’으로 불리는 환자 숙소가 들어서더니, 이제 고시원·고시텔·셰어하우스·요양병원이 밀집한 ‘환자촌’으로 자리 잡았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부터 석달간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 병원과 경기도 국립암센터 인근에서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틈타 성업 중인 환자방 실태를 취재했다. 또 같은 기간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서울에서 치료받는 지역 암 환자와 보호자 46명을 인터뷰하고, 188명을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통해 한국의 지역 의료 불평등 실태와 필수의료·의료전달체계 대책을 모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