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밤 11시께 서울의 한 대형 병원 로비. 지역에서 온 환자와 보호자가 쪽잠을 청하고 있다. 지역에서 서울로 와 치료받는 환자들은 다음날 진료나 검사를 위해 밤을 새우며 대기하기도 한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지역에 사는 암 환자가 무작정 서울의 대형 병원부터 찾고 보는 ‘쏠림 현상’의 배경엔 의료 정보 부족 문제가 있다. 정부가 인터넷을 통해 병원별 평가 자료나 암 치료 정보를 공개하고 전화 상담도 해주지만, 변별력이나 실효성이 없고 접근성이 떨어진다. 환자가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고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평원 ‘암수술’ 평가 대부분 1등급…변별력 없어
암 환자와 가족이 병원을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식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암질환 (수술) 적정성 평가’다. 심평원에서 2012년 대장암을 시작으로 주요 5대 암을 평가해 누리집(www.hira.or.kr) ‘우리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에 공개한다. 이를 보면, 2018년 기준 암 수술 병원 적정성 평가 결과 1등급 기관 비율은 폐암(91%)·위암(91%)·대장암(91%)·유방암(82%)으로, 대부분 1등급을 받아 차별성이 거의 없다. 평가 대상에 항암·방사선 치료 환자와 말기암 환자를 제외한 ‘수술 환자’만 포함되는데다, 수술 전 정밀검사 등 암 환자의 기본 진료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하다 보니, 기본적인 수술 여건을 갖추면 1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5대 암 가운데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간암은 표준화된 치료법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별 평가 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암 질환과 병원, 환자의 요구는 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변별력 없는 평가만 계속하고 있다”며 “병원의 의료 질과 병원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짚었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도 2021년 10월 뒤늦게 평가에 암 확진 후 30일 안에 수술받은 환자 비율과 재입원율 등 지표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선안이 반영된 첫 평가 결과는 2024년 10월께나 발표될 예정이다.
의료질·비용 종합 정보 줘야
병원 평가 이외에 의료적으로 검증된 암 관련 정보는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국가암정보센터 누리집(www.cancer.go.kr)을 통해 제공되지만, 환자에게 구체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이 누리집에는 2005년부터 암 정보와 암 예방법, 검진, 치료, 암 환자의 생활관리법, 암 통계 등이 올라오고 있다. 상담전화(1577-8899)도 운영하지만, 제구실을 하기엔 인력과 예산이 너무 적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한겨레>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센터 상담사는 2019년 9명에서 8명으로 준 뒤 최근까지 늘지 않았다. 상담서비스 예산도 5년째 9억1700만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국가암정보센터는 지난달부터 ‘팩트체크 플랫폼’을 만들어 허위 암 정보 대응에도 나섰지만, 15일 기준 문의 건수는 6건에 그친다. 권정혜 세종충남대병원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암 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상담은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며 “미국처럼 보완대체요법 담당 기관을 만들고 관련 예산을 지원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