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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저처럼 ‘미국 국적’ 얻지 못한 입양인들 도와주세요”

등록 2016-10-25 01:07수정 2016-10-25 01:15

[짬] 49년만에 첫 귀국한 미국 입양인 조이 알레시
조이 알레시
조이 알레시

“저처럼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가서 자랐지만 지금껏 미국 국적을 얻지 못한 입양인들이 많습니다. 모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지난 10월초 한국에 온 입양인 조이 알레시(50·사진)가 힘주어 강조한 말이다. 그는 태어난 지 하루이틀만인 1966년 7월20일 파주 문산의 고아원 ‘영생원’에 맡겨졌고, 이듬해 3월 생후 7개월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에 입양됐다. 그는 49년 만에 처음 모국을 찾아왔다.

미국에 입양되면 자동으로 국적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최근까지 16만명이 넘는 한국 아이들이 미국에 입양됐는데, 그중 1만5천~1만8천명이 미국 국적을 갖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알레시는 오자마자 자신과 친부모의 흔적을 찾아 여러 곳을 방문했다. 영생원부터 가봤지만 지금은 터만 남아 있었다. 영생원 출신 인사들의 친목단체인 ‘한마음회’ 회원들도 만났다. 입양기관과 행정기관에도 찾아갔다. 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그가 자신이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5살 때 멕시코에 가기 위해 미국 여권을 신청했을 때였다. 미국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여권 발급이 안된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미국 시민’으로 믿고 살아온 그 자신의 정체성이 철저히 부정된 것이다. 그는 “정말 당황했다.” 이민국에서는 그에게 “추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알레시는 우여곡절 끝에 ‘고아 호적’ 기록을 확인해 한국 국적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영사관을 찾아가 한국 여권을 신청하는 과정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신청서류는 한글로만 적어야 했다. 미국인 가정에서 영어로만 교육을 받고 자란 그는 한글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에야 겨우 한국 여권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그의 미국 생활은 불안정해졌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 여권과 입양서류도 함께 제시한 뒤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다행히 그의 성실함 덕분에 항공사 스튜어디스가 됐지만, 주기적으로 장기체류비자를 계속 갱신해야 했다. 대통령 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됐다.

그처럼 한국 출신 무국적 입양인 숫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왜일까? 단지 입양아 규모가 많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정부가 입양을 하나의 ‘외화벌이 사업’으로 간주했던 탓에 입양 절차를 졸속으로 처리했던 탓이 더 크다.

1966년 태어마자마자 ‘영생원’에
7개월때 ‘홀트’ 통해 미국으로
25살때 ‘시민권 없다’ 알고 충격
호적 남아 있어 한국 국적 회복

미국 한국입양인 10% 무국적 추정
‘외화벌이’ 위해 서류만으로 보낸탓
“실태조사·구제법안 마련 지원을”

서류 절차만으로 입양이 가능하게 입양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양부모가 입양아를 해당 국가에 가서 만난 뒤 직접 데려오면 자동적으로 미국 국적을 부여한다. 하지만 현지 방문 없이 입양을 했을 때는, 양부모가 미국에서 다시 ‘재입양’ 절차를 거치거나 아이가 15살이 될 때 미국으로 ‘귀화’해야 미국 국적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인계받은 것으로 절차가 끝났다고 생각한 양부모가 이런 절차를 놓쳐버리면, 입양아는 국제미아가 돼버린다. 결국 입양아에게 ‘두 번의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알레시는 미국인 남편 마이클과 결혼하면서 미국 국적을 얻을 수 있었지만, 두 번의 상처를 준 한국의 국적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 또 어려움에 처한 국제 미아 입양인을 돕기 위해서다. 알레시는 “저의 출생에 관련된 조그만 정보라도 알고 계신 분은 주저 말고 연락을 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현재 해외입양인연대와 중앙입양원에서 한인 입양아의 미국 국적 취득 여부 등에 대한 조사인 ‘에이엔디: 국외입양인의 국적 관련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AND)를 진행중이다.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태미 코 로빈슨 한양대 교수는 “실제로 몇해 전에는 20대 한국 입양인이 무국적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 충격으로 자살까지 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 자신 입양아 출신인 로빈슨 교수는 “이런 일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입양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나라도 정확한 통계를 가진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11월 미국 상원에 무국적 입양인 구제를 위한 ‘입양인 시민권법(ACA)’ 법률안이 상정중”이라며 우선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국제미아가 된 입양인의 규모를 파악하고 구제법안이 통과되도록 한국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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