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학부모단체 및 교원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9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초학력보장지원조례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조례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제공.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10일로 끝나는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는 학교별로 관리되며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교육시민단체들은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일제고사 부활”이라며 조례안 폐지를 촉구했다.
이경숙 서울시의회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학력향상특위) 위원장은 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임시회 마지막날인 10일 기초학력보장지원 조례가 상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학력향상특위에서 확정된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보면, 교육감은 학교의 장이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교육감은 진단검사 시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그 결과를 서울시의회 소관 상임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학교에 대해선 교육감이 포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현재 서울 학생들은 학교장이 선택한 도구로 기초학력 진단을 받지만 결과는 학교별로만 관리되며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 학력향상특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습 결손이 커진 상황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조례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현재 기초학력보장법에서 인정하는 진단 도구는 지필 고사 외에도 관찰과 면담 등인데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표준화된 선다형 시험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일제고사가 부활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와 전교조서울지부 등 교원단체 총 29개 단체가 참여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9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학력보장지원 조례안’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표준화된 지필 시험을 통한 진단과 처방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 10년도 더 전에 확인됐다”며 “서울시의회는 조례안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일제고사 시험 성적을 두고 상품권, 포상금이 내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초등 일제고사는 2013년에 폐지되었고 , 중등 일제고사는 2017년에 폐지되었다”며 “서울시의회는 부작용이 증명된 일제고사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성보 전교조서울 지부장은 “인공지능이 교육현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고민하는 시절에 기초학력지원의 외피를 쓰고 정답 찍기 교육을 강행하려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교육관이 한심스럽다”며 “조례안이 통과되더라도 학부모와 교사들은 일제고사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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