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운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들이 ‘자유’를 주제로 만든 ‘5·18 가치그림책’의 일부. 그림 5·18기념재단 제공
“자유는 음식과 같다. 음식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몸에 해롭다. 자유도 한사람에게 집중되면 문제가 생긴다.”
초등학생에게 ‘자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햄버거가 등장했다. 혼자서 햄버거 4개를 먹어 건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자유를 독점하면 ‘독재’와 같은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생에게 ‘평화’가 뭐냐고 물었더니, ‘김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로 잘 어울려야 맛있는 김밥이 되기 때문’이란다.
광주 빛고을초등학교 4학년 3반 학생들이 ‘평화’를 주제로 만든 ‘5·18 가치그림책’의 일부. 그림 5·18기념재단 제공
5·18기념재단이 ‘광주실천교사모임’과 손잡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만든
<5·18 가치그림책>에 실린 글과 그림들이다. ‘5·18 가치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들이 생각하는 5·18의 가치를 그림과 글을 통해 스스로 설명하는 그림책을 만들고 서로의 그림책을 보며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완성한 글과 그림을 교사가 모아 재단 쪽에 전달하면 재단에서 책으로 만들어 다시 보내준다.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35개 학급(763명)이 참여해 그림책 35종, 영상 4편을 제작했고, 올해는 전국 초등학교 20개 학급(462명)이 참여해 그림책 20종, 영상 9편을 제작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이 14곳, 서울·경기가 5곳, 독일이 1곳이다.
이해중 광주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5·18 가치그림책’을 ‘5·18 없는 5·18 그림책’, ‘5·18을 몰라도 만들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사실 전달 중심의 5·18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어린 학생들의 정서적인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민주주의·용기·평화·기억·자유·희망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광주 대촌중앙초등학교 5학년 3반 학생들이 ‘용기’를 주제로 만든 ‘5·18 가치그림책’의 일부. 그림 5·18기념재단 제공
광주 대촌중앙초등학교 5학년 3반에서 ‘용기’를 주제로 만든 그림책을 보면, “용기란 갈매기의 꿈! 꿈을 향해 혼자서도 멀리 날아간다’, ‘용기란 터널! 용기로 인해 세상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바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억’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광주 빛고을초등학교 4학년 1반 그림책에는 악당과 싸우는 그림과 함께 ‘화가 나는 일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적혀 있다.
5·18기념재단은 제작된 그림책들을 활용해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5·18가치 수업을 진행하고, 향후 전시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광주 빛고을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이 ‘기억’을 주제로 만든 ‘5·18 가치그림책’의 일부. 그림 5·18기념재단 제공
광주 살레시오초등학교 5학년 들반이 ‘용기’를 주제로 만든 ‘5·18 가치그림책’의 일부. 그림 5·18기념재단 제공
광주 학운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들이 ‘기억’을 주제로 만든 ‘5·18 가치그림책’의 일부. 그림 5·18기념재단 제공
독일 비스바덴 한글학교 학생들이 ‘평화’를 주제로 만든 ‘5·18 가치그림책’의 일부. 그림 5·18기념재단 제공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