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서울 지하철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선생님의 49재를 맞아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이 카네이션으로 헌화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교사들의 잇달은 죽음에 교육활동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교사가 성인 평균에 견줘 4배 가까이 높은 비율로 심한 우울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6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5일 녹색병원과 함께 실시한 ‘2023 교사 직무관련 마음건강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울증상을 보이는 교사는 응답자의 63.2%였다. 이 가운데 심한 우울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38.3%였는데, 이는 일반 성인(8∼10%)의 4배 수준이다. 교사 16%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역시 전체 인구(3~7%)보다 5배가까이 높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교사는 학교급별로 유치원 교사(22.6%)가 가장 높았고 특수교사(15.8%), 초등교사(15.4%), 중등교사(14.9%)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6∼23일 온라인 설문을 통해 진행됐고 유·초·중·고교 및 특수교사 등 6024명이 참여했다. 전교조와 녹색병원은 이 가운데 신뢰성이 떨어지는 응답을 제외한 3505명의 답변을 추려 이번 분석 결과를 내놨다.
높은 우울 증상은 업무 특성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교사 10명 중 7명(66.3%)은 학교 내에서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신체 위협 및 폭력 경험은 18.8%, 성희롱·폭력 경험 18.7%,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은 12.9% 등이었다.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환경조사에서 언어폭력 경험은 3~6%, 신체 위협 및 폭력 경험 0.5%, 성희롱·폭력 경험 0.4%, 원하지 않는 성적 관심은 1% 미만이었던 것에 견주면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높았던 것이다. 언어 폭력의 경우 가해자의 63.1%가 학부모였고, 신체 폭력은 가해자의 96.5%가 학생이었다.
폭력을 당한 교사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 언어 폭력을 경험한 교사 중에서는 42.3%, 신체 폭력 경험 교사 51.1%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에 해당했다. 상대적으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될 가능이성이 높은 직군인 경찰·소방 공무(약 15%)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교사들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업무로 학부모 상담·민원 대응 업무(37.5%)를 꼽았다. 이어 학생 생활지도·상담(28.4%) 행정업무(23.5%) 순이었다.
전교조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본부에서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실태조사는 대한민국 교사들이 이미 소진 상태라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개인적 자질이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구조적 위협 요인이 분명하며 사회·국가적 지원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에 하루빨리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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