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2024학년도 영재학교에 입학하기로 한 합격자의 70%가량이 수도권 중학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재교육의 기회가 지역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2024학년도 영재학교 합격자의 출신 중학교’ 자료를 보면, 전국 영재학교 8곳에 합격한 전체 학생 820명 가운데 68.7%(563명)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중학교 재학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과학영재학교·서울과학고·경기과학고·대구과학고·광주과학고·대전과학고·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있다.
합격자 가운데는 서울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27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가 233명, 인천이 54명으로 뒤를 이었다. 2023년 기준 전국 중학생 132만6800여명 중 49%가량이 수도권에 몰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영재학교의 쏠림 정도가 20%포인트가량 많은 수치다.
아울러 영재학교에서 의약학계열로 진학한 학생들 가운데서도 수도권 중학교 출신이 많았다. 2023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8곳의 영재학교 학생 중 총 83명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했는데 이 가운데 71.1%(59명)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중학교를 나온 학생들이었다. 서울이 38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9명, 인천 2명이었다. 2022학년도 대입의 경우 총 71명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했는데 80.2%(57명)이 수도권 출신이었다. 그동안 영재학교는 설립 취지와 달리 의대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러한 오용의 기회마저도 수도권 학생들에게 치중된 것이다.
영재학교는 과학고·영재교육원·영재학급과 함께 대표적인 영재교육 기관의 하나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를 조기에 발굴해 능력과 소질에 따른 교육을 실시하고 국가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의 영재교육진흥법에 근거를 둔다. 이런 목적에 맞춰 일반 학교와 달리 초·중등교육법을 적용받지 않고 교육과정 또한 학교마다 자유롭게 짤 수 있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영재학교에도 수도권 학생이 몰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강득구 의원은 “영재학교 입학에 대한 극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은 영재학교 설립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며 “영재학교 입학생이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고, 지역 영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영재학교 정상화를 위한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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