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 극단 선택을 한 교사가 근무하던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 교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생전 학생 생활지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 공개한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안 조사 결과’에서 “고인이 학생 다툼 등 다수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수업 태도 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동료 교사와 협의하는 등 담임 교사로의 고민이 있었음을 학급일지, 동료 교사들의 진술 등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고인의 학급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이 2건 있었지만 고인이 병가 및 휴직을 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인이 평소 학부모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학급일지를 살펴본 결과 4월에 해당 학급의 학생 간 다툼이 있었고, 이후 고인이 해당 학생 학부모에게 교실전화를 사용하여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던 14년차 교사가 전날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사망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고인은 지난해 육아휴직을 마치고 2학기에 교과전담교사로 복직했고, 6학년 담임을 맡은 올해 3월부터는 연가와 병가 등을 길게는 한 달 이상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원단체에서는 “6학년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의 민원까지 겹쳐 고인이 1학기를 채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고인의 죽음을 개인사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쪽이 부장 회의에서 이번 사안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상황 파악 전이므로 신중하게 대응하자’는 취지의 발언이 오고 간 것은 교사들의 진술로 확인했으나 축소·은폐 행위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또 ‘고인의 학급은 담임이 4번 교체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고인의 병가 및 휴직 기간에 시간강사와 기간제교사 등으로 담임이 대체된 사실은 있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인의 휴대전화 등 조사단의 권한으로는 열람할 수 없는 자료가 있었다는 점에서 조사의 한계가 있었으나 언론보도 등에서 제기된 의혹을 최대한 확인하고자 했다”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교권보호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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