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논술특강? 우린 정규수업에 하는걸!

등록 2007-02-11 16:18

서울 우신고 ‘범교과 독서·논술 연구팀’ 교사들이 2007학년도 교과 연계 독서·논술지도 교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권(윤리), 신철순(철학), 임영환(국어), 김창선(국어) 교사.
서울 우신고 ‘범교과 독서·논술 연구팀’ 교사들이 2007학년도 교과 연계 독서·논술지도 교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권(윤리), 신철순(철학), 임영환(국어), 김창선(국어) 교사.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우신고 ‘범교과 독서·논술 연구팀’

교사들이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 가운데 하나는 ‘정상적인 교육과정만으로는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논술 명문’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학교들은 대부분 방과후 특강 형태로 논술을 가르친다. 물론 대상은 주로 상위권 학생들이다. 이는 진보적인 교육운동단체들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비판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국어·철학 교사들 머리 맞대고

교재 던져주고 쓰기 발표 토론…

통합 논술로 교과 벽 허물어요


그러나 서울 우신고 ‘범교과 독서·논술 연구팀’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학생들의 논술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단지 좋은 대학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각 교과 수업을 혁신하는 지렛대로 삼자는 얘기다.

이 연구팀이 지난해 펴낸 국어·철학과 공동 독서·논술지도 교재 <독서록>은 ‘각 교과 정규 수업시간에 통합교과형 논술 지도하기’라는 목표를 향해 이들이 내디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에서 활동하는 철학교사 2명과 국어교사 2명은 지난해 1년 동안 2학년 문학과 철학수업 시간에 틈틈이 이 교재로 글쓰기와 책읽기 수업을 진행했다.

문학시간에는 <독서록>을 활용해 위인전과 인물 평전 등 인물 이야기 읽고 독후감 쓰기, 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통해 자기소개서 쓰기, 모둠별로 희곡 만들어 연극 하기 등의 활동을 했다. 철학시간에는 이 교재로 주제가 있는 ‘철학 보고서’ 쓰기와 발표 및 토론 수업을 했다. 두 교과 교사들이 공동으로 만든 교재인 만큼, 서로 연계성을 갖고 수업이 이뤄지도록 내용을 구성했다. 예를 들면, 3월에는 철학수업 시간에 ‘자아’와 관련된 글을 써 보는 수업을 하는데, 이에 맞춰 문학시간에 학생들에게 성장 소설을 많이 읽게 히는 식이다.

이런 교과 연계 독서·논술 수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교과 교사들이 연구팀이 꾸려지기 이전부터 10년 넘게 각자 수업시간에 독서와 토론, 글쓰기 수업을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철학교사들은 해마다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10개의 주제를 제시해 주고, 모둠별로 하나의 주제를 골라 한 권씩의 ‘철학 보고서’를 쓰게 했다. 철학 보고서는 자서전 쓰기, 선택한 주제와 관련된 철학자와 사상 정리하기, 주제와 관련된 책과 영화 보고 감상문 쓰기 등으로 구성된다. 1학기에 틈틈이 철학 보고서를 쓴 뒤, 2학기에는 10개의 주제에 대해 돌아가며 발표와 토론을 한다. 국어교사들은 2학년 문학시간에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고 수행평가로 독후 활동을 해 왔다.

그러다 2005년부터 통합교과형 논술이 화두로 떠오르자, 지난해 초에 두 교과 교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논의와 연구를 거듭한 끝에 교과 연계를 통해 정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통합적인 사고력을 길러주자고 뜻을 모았다. 임영환 교사(국어)는 “교과 연계를 통해 독서·논술 지도를 할 경우 학생들이 다른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교사들이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수업이 가능해진다”며 “통합교과형 논술이 학교에서 교과 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통합교과형 수업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의 교과 연계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훨씬 풍부해진 통합교과형 독서·논술 교재를 최근 완성했다. 1학년 국어·도덕시간부터 2학년 문학·철학수업 때까지 2년 동안 학년·교과 간 연계성을 갖고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교재 개발에는 사회과와 과학과의 일부 교사들도 힘을 보태 통합교과적 성격이 더욱 강화됐다. 신철순 교사(철학)는 “우리가 만든 교재가 더욱 발전된 형태의 공교육 통합교과형 수업 모델 개발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며 “교사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각 교과에서 논술에 필요한 사고력과 논리력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논술교육”이라고 말했다.


학생 성장발달 맞춘 교재

성찰로 출발 인간·사회로

과목 달라도 동시에 통하게

우신고 ‘범교과 독서·논술 연구팀’이 최근 개발한 독서·논술 교재는 ‘삶을 풀어내는 글쓰기’, ‘삶을 풀어내는 글읽기’, ‘논리적인 글쓰기’, ‘주제별 통합논술’ 네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첫 단원과 끝 단원은 철학과에서, 나머지 두 단원은 국어과에서 담당한다.

이 교재의 특징은 학생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자기 삶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해 인간, 사회로 점차 사고의 외연을 확장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철학과가 맡는 ‘삶을 풀어내는 글쓰기’ 단원에서는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를 가장 먼저 배운 뒤, ‘나의 성장을 위한 글쓰기’, ‘나의 미래를 가꾸는 글쓰기’ 훈련을 한다. 국어과의 ‘삶을 풀어내는 글읽기’에서는 ‘책을 통해 보는 자아’(성장소설), ‘책으로 살펴보는 인간에 대한 이해’(인물 평전), ‘책으로 세상 읽기’(인문·사회·과학·예술) 차례로 수업을 진행한다. 두 단원의 수업은 같은 시기에 두 교과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예컨대, 철학과에서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수업을 할 때, 국어과에서는 ‘책을 통해 보는 자아’ 단원을 공부함으로써 교과 간에 연계성을 갖도록 했다.

2학년 문학시간에 배우게 되는 ‘논리적인 글쓰기’에서는 그동안 논술 보충수업시간 때 다뤘던 논지 파악하기, 논술문 작성하기 등 주로 ‘실전’과 관련된 내용을 배운다. 희망자만 참여하는 보충수업에서 이뤄지던 교육 내용을 정규 교과시간으로 끌어온 것이다. 2학년 철학 및 사회수업 시간에 진행될 ‘주제별 통합논술’ 단원에서는 △개인과 사회 △민주주의와 국가 △성장과 분배, 신자유주의 등 8개 주제에 대한 탐구와 토론, 논술수업이 이뤄진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 ‘선거법 위반’ 결심 공판에 아이유·이문세·허경영 언급 왜? 1.

이재명 ‘선거법 위반’ 결심 공판에 아이유·이문세·허경영 언급 왜?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2.

“그럴거면 의대 갔어야…건방진 것들” 막나가는 의협 부회장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3.

폭염 요란하게 씻어간다…태풍 풀라산 주말 강풍, 폭우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4.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5.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