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학교에서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인정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힘을 추구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사진은 지난 2005년 서울의 한 청소년수련관 옥상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을 폭행하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학교폭력 침묵의 카르텔 깨자 (상) 가해자는 누구인가
피해자 49% 가해경험
가정서 억눌린 ‘화’
학교에서 때리며 풀어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어떤 학생들이고, 그들은 왜 폭력을 휘두르는 걸까?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전국 초·중·고 학생 3560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가해자들은 가해 이유로 장난(27%), 상대방의 잘못(23%), 오해와 갈등(16%), 이유 없음(13%) 등을 꼽았다. 2009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장난(36%), 이유 없음(20%), 상대방의 잘못(17%), 오해와 갈등(9%) 차례로 답했다. 가해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특별한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가해 학생 상담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설문조사로 드러나지 않는 본질적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폭력서클에 속해 있거나, 학교폭력 피해를 보았거나, 왜곡된 인정욕구와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학교폭력 가해자로는 우선 폭력서클을 연상시키는 ‘일진’이 지목된다. 2005년 학교 일진회의 실상을 폭로했던 정세영 서울 상봉중 교사는 “일진은 남의 눈에 띄고, 남들보다 튀려고 하는 학생들로 ‘노는 애들, 날라리’로 통용되며, 교사도 모르게 아이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1990년대 만화 속 주인공들을 모방해 생긴 뒤 2000년대 들어 폭행 등으로 폭력 강도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의 학교폭력 수사에서도 힘이 센 아이들이 모여 일삼아 집단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일진회’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가 지난해 4월 충북지역 3개 초등학교 222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ㄱ초 27.8%, ㄴ초 25.26%, ㄷ초 36.7%의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서는 성적만 인정
인정 못받는 아이들
힘 추구하면서 빚어져 그러나 학생들이 흔히 쓰는 ‘일진’이라는 용어가 반드시 ‘폭력서클’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ㄱ아무개양은 “일진이라고 해서 다 무서운 건 아니고, 성격이 좋아서 아이들과 두루 잘 어울리는 일진도 있다”며 “날라리이긴 하지만 폭력집단이라기보다는 그냥 목소리 크고 어찌 보면 평범한 학생”이라고 말했다. 폭력서클에 가담하지 않아도 반에서 영향력이 크거나 힘이 특별히 세면 흔히 ‘일진’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청예단의 201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우리 학교에) 폭력서클이 있다’는 항목에 16.5%만 동의했다.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의 설문 결과와는 차이가 있는데, ‘일진’이란 용어가 폭력서클까지 포함하는 좀더 광범위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박순진 대구대 교수(경찰행정학과)의 2009년 연구보고서를 보면, 중학생 3449명 중 학교폭력 피해를 본 학생의 49.1%가 가해 경험이 있는 반면, 피해를 당한 적이 없는 학생은 23.7%만 가해 경험을 갖고 있었다. 서울 강서교육지원청 위(Wee)센터 신성희 실장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이 힘이 없어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힘을 가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은 자신이 경험한 학교폭력을 더 약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고스란히 반복하거나,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또다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자기보호 차원에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말하는 ‘일진’
반드시 ‘폭력서클’ 아냐
어찌보면 평범한 학생… 심리적인 문제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마음의 상처를 받아 심리적으로 억눌린 ‘화’를 폭력적으로 푼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상수 선임연구원은 “가정에서 부모와의 관계 등에 문제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억눌려 화가 쌓이고, 이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에서 친구를 때리는 등의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호 서울 면목고 교사는 “학교폭력에 사회·심리·문화적 배경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학교 밖에서 원인을 찾으면 답이 없다”며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 욕구를 갖고 있는데, 학교폭력은 성적만을 기준으로 인정을 해주는 학교에서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인정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힘을 추구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가정서 억눌린 ‘화’
학교에서 때리며 풀어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어떤 학생들이고, 그들은 왜 폭력을 휘두르는 걸까?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전국 초·중·고 학생 3560명을 대상으로 벌인 201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가해자들은 가해 이유로 장난(27%), 상대방의 잘못(23%), 오해와 갈등(16%), 이유 없음(13%) 등을 꼽았다. 2009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장난(36%), 이유 없음(20%), 상대방의 잘못(17%), 오해와 갈등(9%) 차례로 답했다. 가해 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특별한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가해 학생 상담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설문조사로 드러나지 않는 본질적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폭력서클에 속해 있거나, 학교폭력 피해를 보았거나, 왜곡된 인정욕구와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학교폭력 가해자로는 우선 폭력서클을 연상시키는 ‘일진’이 지목된다. 2005년 학교 일진회의 실상을 폭로했던 정세영 서울 상봉중 교사는 “일진은 남의 눈에 띄고, 남들보다 튀려고 하는 학생들로 ‘노는 애들, 날라리’로 통용되며, 교사도 모르게 아이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1990년대 만화 속 주인공들을 모방해 생긴 뒤 2000년대 들어 폭행 등으로 폭력 강도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의 학교폭력 수사에서도 힘이 센 아이들이 모여 일삼아 집단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일진회’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가 지난해 4월 충북지역 3개 초등학교 222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ㄱ초 27.8%, ㄴ초 25.26%, ㄷ초 36.7%의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서는 성적만 인정
인정 못받는 아이들
힘 추구하면서 빚어져 그러나 학생들이 흔히 쓰는 ‘일진’이라는 용어가 반드시 ‘폭력서클’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ㄱ아무개양은 “일진이라고 해서 다 무서운 건 아니고, 성격이 좋아서 아이들과 두루 잘 어울리는 일진도 있다”며 “날라리이긴 하지만 폭력집단이라기보다는 그냥 목소리 크고 어찌 보면 평범한 학생”이라고 말했다. 폭력서클에 가담하지 않아도 반에서 영향력이 크거나 힘이 특별히 세면 흔히 ‘일진’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청예단의 201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우리 학교에) 폭력서클이 있다’는 항목에 16.5%만 동의했다.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의 설문 결과와는 차이가 있는데, ‘일진’이란 용어가 폭력서클까지 포함하는 좀더 광범위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박순진 대구대 교수(경찰행정학과)의 2009년 연구보고서를 보면, 중학생 3449명 중 학교폭력 피해를 본 학생의 49.1%가 가해 경험이 있는 반면, 피해를 당한 적이 없는 학생은 23.7%만 가해 경험을 갖고 있었다. 서울 강서교육지원청 위(Wee)센터 신성희 실장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이 힘이 없어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힘을 가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은 자신이 경험한 학교폭력을 더 약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고스란히 반복하거나,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또다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자기보호 차원에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폭력서클’ 아냐
어찌보면 평범한 학생… 심리적인 문제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마음의 상처를 받아 심리적으로 억눌린 ‘화’를 폭력적으로 푼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상수 선임연구원은 “가정에서 부모와의 관계 등에 문제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억눌려 화가 쌓이고, 이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에서 친구를 때리는 등의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면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호 서울 면목고 교사는 “학교폭력에 사회·심리·문화적 배경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학교 밖에서 원인을 찾으면 답이 없다”며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 욕구를 갖고 있는데, 학교폭력은 성적만을 기준으로 인정을 해주는 학교에서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인정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힘을 추구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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