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평가’ 위해…‘폭력피해 신고 0.58%뿐’ 충북교육청 의혹
학교폭력에 대한 침묵과 은폐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데는 교육청도 한몫을 한다. 최근 학교폭력 실태조사 과정에서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충북도교육청이 한 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ㄱ교사는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도교육청이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해, 전교생의 10%가량이 ‘학교에 폭력집단(일진)이 있다’고 답한 결과를 교육지원청에 보고했는데 바로 다음날 담당 장학사한테 전화가 와서 ‘교장·교감이랑 상의한 것이 맞느냐’, ‘수치가 너무 많지 않으냐’는 등의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를 보고할 때부터도 교장·교감이 ‘수치가 정확한 거냐’, ‘우리가 먼저 파악한 뒤에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저했다”며 “모든 게 수치를 낮추라는 압력으로 느껴졌고, 이런 일을 나만 겪었을까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수동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일진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아이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어떻게 부정되고 있는지, 누가 일진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일진 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도교육청 관계자는 “은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도교육청은 학교와 지역교육청을 거쳐 올라온 자료를 취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충북도교육청의 조사 결과는 일반적인 학교폭력 통계 경향과 사뭇 다르다. 도교육청의 조사 결과 조사 대상 20만4080명 가운데 왕따, 금품 갈취, 폭행 등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고작 0.58%(1184명)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학생의 22.6%가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2010년 조사에 견주면 4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더구나 도교육청은 ‘폭력집단이 있다’고 답한 154명(0.07%)의 학생 가운데 초등학생(127명)의 경우 ‘개별 면담 결과 없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학교와 교육청이 학교폭력을 은폐하려고 하는 이유는 각종 평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교장경영능력 평가, 교원성과급 평가, 시·도교육청 평가에는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반영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 건수가 많으면 각종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고, 정보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schoolinfo.go.kr)에도 공개가 되기 때문에 ‘문제 학교’로 낙인이 찍힌다”며 “제도가 학교폭력 은폐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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