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과 함께 ‘기하’가 출제범위에 포함됐다. 기하는 물체의 움직임이나 공간 측정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다. 기하는 지난 6월 교육부가 내놓은 ‘2022학년도 수능과목 개편안’에 빠졌으나, 수학·과학계의 반발로 결국 되살아났다. 교육계에서는 기하가 수능 범위에 들어오면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커지는 등 ‘수능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20일 교육계 설명을 종합하면, ‘기하를 수능에 포함시킬 것인가’ 논란은 정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융합형 창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문·이과를 통합하면서 시작됐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받는 현재 고 2~3 학생들 가운데 자연계열은 ‘기하와 벡터’라는 과목을 배운다. 평면 곡선과 평면·공간 벡터, 공간도형 등이 포함된 ‘기하와 벡터’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하라는 단일 과목으로 바뀌었다.
2015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 개편안도 새롭게 나왔는데, 문·이과에 따라 가·나형으로 구분됐던 수학이 문·이과 구분없이 ‘공통+선택’형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애초 교육부가 지난 6월 내놓은 수능과목 개편안을 보면 수학 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등 2개가 전부였으나, 지난 17일 대입개편안 최종 확정 과정에서 기하가 추가됐다는 사실이다. 결국 고교생은 수능 준비를 위해 ‘공통 출제범위’인 수학Ⅰ·Ⅱ에, 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 등 세 개의 선택과목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 수학·과학계에서는 이공계열 학생의 기초학력을 유지하고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기하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교육계에서는 기하가 수능 선택과목에 들어가 고교 수업이 ‘무리한 진도빼기’로 내몰리고,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상당수 학교가 고2까지 교과 수업을 마치고, 고3 때는 EBS 교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현재 중3 학생들은 고등학교 3학년 초까지 4~5학기 만에 공통과목 두개, 기하를 포함한 선택과목 가운데 한개 등 모두 3과목을 배워야 한다. 수능 출제범위는 아니지만 고1 때 배우는 ‘공통수학’을 포함하면, 배워야 할 수학은 모두 6개 과목(수학Ⅰ·Ⅱ, 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에 이른다.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한 교사는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수학 포기자 문제가 심각하다”며 “기하까지 선택과목에 포함되면, 학생과 학교에 모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도 “토론형 수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이 결국 다시 문제풀이 수업으로 돌아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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