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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가롭게 부를 죽창가는 없다

등록 2021-07-09 21:06수정 2021-07-10 02:30

[토요판] 한장의다큐
그런 죽창가는 없다

“외교는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 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 지금 한-일 관계가 수교 이후 가장 열악해졌으며 회복이 불가능해질 정도까지 망가졌다.”

야권의 유력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하나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현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난한 말이다. 온당한 지적일까? 2년 전, 일본은 대한민국에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우리 핵심 수출 부품의 하나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격이 핵심이었다. 마치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듯 비장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강경한 태도였다. 하지만 일본 언론조차 “한국 사법부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부당성을 지적했던 사안이다.

대한민국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독립’으로 맞서 오히려 일본 의존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를 보면, 올해 국내 소부장 100대 핵심 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2년 전에 견줘 31.4%에서 24.9%로 낮아졌다. 불화수소 대일 수입액은 같은 기간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디스플레이 소재인 불화폴리이미드는 대일 수입이 사실상 0으로 전환됐다. 단호한 외교적 선택은 우리 기업들에도 좋은 영향을 줬다. 올해 1분기 국내 소부장 관련 상장 기업 매출이 2년 전 대비 20% 늘었고, 소부장 무역수지는 전 산업 대비 흑자 규모가 지난해에 견줘 두배나 늘었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소부장 중소·중견기업도 13개에서 31개로 두배 이상 늘었다.

무릇 국가는 다른 국가와 외교에 일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자국민을 위해 정책을 결정하고 굳센 의지를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한가롭게 부를 수 있는 죽창가는 없다. 100년을 산다는 대나무는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푸르름에 변함없이 그 자리에 굳게 서 있을 뿐이다. 전남 담양 죽녹원에서.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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