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1900년대 한-중 교역의 중심이 되면서 부두노동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부두노동자로 유입된 많은 중국인에게 값싸면서도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짜장면이 만들어졌다. 짜장면은 부두노동자의 고픈 속을 달래주었다. 1961년 세운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 현 미문의일꾼교회)는 국민과 노동자의 삶을 짓밟고 유린했던 박정희 정권에 맞서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으로 해고되어 쫓겨 다니던 이들의 피난처이자 정신적 위안처였다. 수많은 노동운동가와 민주화 인사들이 이곳을 거쳐 가면서 노동운동, 민주화운동의 산실이 되었다. 현재 인천에는 노동자의 속을 달래주던 짜장면 거리는 존재하지만, 노동자들의 정신적 위안처였던 인천산선은 철거 위기에 놓였다. 지난 6월23일,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인천산선 터에 기념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을 조건으로 교회 철거를 승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화수·화평구역 주택재개발 도시정비사업’을 승인했다. 이에 인천 지역 78개 시민단체들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인천산선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산업문화유산이다. 문화유산은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다. 1984~1986년 인천산선 4대 총무를 지낸 김정택(72) 목사가 폭염 속 4주째 단식농성을 하며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다. 인천시와 개발업자는 자본 논리로 역사적 유산의 가치를 폄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