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범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열쇠를 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발장 등)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며 지난 2일부터 밝혀온 ‘단순 전달’ 주장을 되풀이했다. 고발장 등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설령 사실이더라도 자신은 이를 당에 전달만 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김 의원 해명이 ‘고의가 없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건 고발장 등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이 자료들이 사실이라면 정황상 제가 손씨로부터 그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고, 명의를 차용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언급한 손씨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다. 김 의원은 이어 “(의혹의)진위 여부는 제보자의 휴대전화와 손 검사의 PC 등을 기반으로 조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하루빨리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일 언론을 통해 고발 사주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김 의원은 여러 쟁점에 애매모호한 표현과 해명을 반복했지만, ‘자료를 당에 전달했다’는 점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앞서 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도 “누군가로부터 전달받은 고발장 등을 당직자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4월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이라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고, 제보된 내용을 일일이 살펴볼 여유가 없어 전달받은 내용을 당에 그대로 다시 전달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전략적 해명’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설령 현직 검사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단순 전달 행위나 고의가 없으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을 법률 전문가인 김 의원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중견 변호사는 “김 의원이 ‘의혹이 사실이더라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은 자신에게 고의가 없음을 계속해서 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의가 없으면 그만큼 형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날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로부터 공익신고서 등을 제출받아 공익신고자로서 요건을 충족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지난해 4월 당시 김 의원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당직자가 주고받았다는 고발장, 실명 판결문 등이 찍힌 스마트폰 텔레그램 이미지 100여건 등을 지난 주말 대검 감찰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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