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이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윤 전 총장 쪽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가 국정원장 개입 의혹 등을 포함해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수사를 통해 저의 결백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텔레그램 계정 확인을 통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 등의 고발장을 전달한 것으로 사실상 특정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14일, 자신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문을 또다시 냈다.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결백을 거듭 주장한 것이다.
이날 입장문은 손 검사 텔레그램 계정(현재 삭제)이 ‘손준성 보냄’ 계정과 사실상 동일 계정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며 고발장 전달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손 검사는 입장문에서 “어떤 경위로 이런 의혹이 발생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국정원장 개입 의혹 등을 포함해 수사해 달라”고 했다. 그간 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공세적으로 전환한 것인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선 것과 같은 흐름이다. 윤 전 총장 쪽처럼 검찰의 고발 사주라는 이번 의혹 실체를 ‘제보 사주’라는 별개 의혹과 뒤섞은 것이기도 하다. “경위를 모르겠다”며 공작이 의심된다는 태도다.
손 검사는 또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직접 조사 시점을 저울질하는 공수처를 상대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공수처 수사에 호락호락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치권과 검찰 안팎에선 윤 전 총장 쪽이 ‘손준성은 추미애 라인’이라며 정치적 손절에 들어가자, 이에 실망한 손 검사의 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장 개입 의혹이라는 ‘호재’를 통해 당분간 한 배를 계속 타는 쪽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윤 전 총장 쪽이 각자도생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손 검사도 일단은 자신의 방어권을 최대한 행사하는 쪽을 택했다는 해석도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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