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왼쪽 두 번째)이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곽상도 의원을 공직선거법위반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든 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원 박아무개(32)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곽상도 무소속(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곽아무개(31)씨의 글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곽씨와 비슷한 월급(300만원)을 받는다는 박씨는 “10년째 회사에 ‘올인’ 해 살고 있는데 내 예상 퇴직금은 곽씨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수많은 회사원이 곽씨처럼 열심히 안 해서 이렇게 사는 건가요? 말 같지 않은 입장문에 더 화가 납니다.” 평범한 직장인들과 2030세대는 특히 “주식·코인 올인보다 화천대유에 올인했다” “오징어게임 속 ‘말’일 뿐” 등이라고 한 곽씨의 해명에 허탈함과 박탈감을 호소한다.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진정한 파이어족(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이다” “(퇴직금 50억원 주는) 이런 회사에 나도 취직하고 싶다” 등 ‘퇴직금 50억원’의 비현실성을 꼬집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김아무개(29)씨는 “일반인들도 회사에 모든 걸 갈아 넣고 있는데, 그렇게 치면 왜 다른 사람들은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못 받나? 도대체 어떤 기업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주느냐”고 되물었다. 온라인에는 30대 그룹 전문 경영인 퇴직금 현황 자료에 곽씨 아들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는 풍자 이미지가 공유되고 있다.
특히 2030 직장인들은 곽씨가 ‘아빠 찬스’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데 분노했다. 곽씨는 입장문에서 “아버지 소개로 화천대유에 입사했다”며 “주식, 코인에 올인 하는 것보다 화천대유에 올인 하면 대박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이 회사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적었다. 올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는데 이는 근로소득으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이들이 불안감에 뛰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매달 월급 350만원 중 50만원씩을 주식에 투자한다는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부동산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올라 겨우 주식으로 재테크를 하는데, 주식·코인은 요행을 바라는 거고 ‘특권 취업’은 당당한 것이냐”며 씁쓸해했다. 직장인 김아무개(30)씨도 “모든 회사원이 코인이나 주식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쁘고 종잣돈이 없어서 그런 투자도 못 한다”며 ‘대박의 꿈’도 아무나 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곽씨에게 건넨 거액의 퇴직금이 산재위로금이었다는 화천대유 관계자들의 말도 도마에 올랐다. 화천대유 쪽은 ‘50억원’에 대해 “퇴직금 3천여만원, 성과급 5억원, 산재위로금이 44억원을 합쳐 50억원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기업에서 노동자 산재에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위로금으로 주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누리꾼들은 “실명하거나 팔다리가 크게 다쳐도 50억은 못 받을 텐데” “한국 기업들이 이렇게나 노동자에게 따뜻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니” 등의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박수지 이주빈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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