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9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로 현재까지 644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받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의 정영학 회계사가 개발사업 핵심 인사 간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만들고 이를 검찰에 넘긴 것을 두고, 막대한 개발이익 배분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녹취파일 관련 내용은 검찰 제출 전 정치권에도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는 2009년께부터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해 온 이 사건 핵심 인물이다. 당시 남 변호사는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 대표로 피에프(PF) 대출을 일으키고 땅을 수용하는 업무를, 정 회계사는 자산관리회사(AMC)인 판교에이엠시를 맡았다. 이후 대장동이 공공개발 쪽으로 기울며 사업은 좌초했다.
이후 정 회계사는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위례신도시 개발을 위해 만든 푸른위례프로젝트(PFV), 위례자산관리(AMC)에 부인과 함께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에도 개발이익 일부를 배당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5년 ‘성남의뜰-화천대유-천화동인’을 통해 기회를 보던 대장동 개발에 다시 발을 들이고 결국 대박을 터뜨린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쪽 이익 배분 설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계사가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대화를 녹취하기 시작한 것은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며 수백억원의 이익이 배당되기 시작한 2019년께로 알려졌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한 이익이 추가로 발생하던 때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보통 동업자들 사이에 관계가 틀어지면 상대방 약점을 제일 잘 아는 동업자가 투서나 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기는 경우가 많다. 수사에 적극 협조한 사람에게 미국처럼 플리바기닝(유죄협상)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내부 고발 형식이 되기 때문에 득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다른 변호사는 “보통 이익 배분 과정에서 분란이 생기기 마련인데,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누가 주도하고 어떻게 배분했는지 등을 아직 잘 모르는 상황이다. 법적 책임을 덜기 위해 자기 구도로 밑그림을 그려서 수사기관에 심어주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재판에 넘겨져도 범행 후 정황, 뉘우침, 자백 여부 등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정 회계사가 일단 추가 이익 배분을 두고 벌어질 수 있는 법적 다툼 등에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녹취했을 가능성이 큰데, 예상치 못하게 대장동 개발사업이 검찰 수사로 번지며 자신까지 수사대상이 되자 인·허가 비리 제보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 회계사의 면책 가능범위가 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초부터 그가 주도적으로 민간개발자 쪽 이익 배분을 설계했고, 그 역시 거액의 배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김아무개 전략사업팀장이 정 회계사 인맥이었던 사실이 <한겨레> 취재로 확인됐다. 전략사업팀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사업 추진을 위해 민간사업자 공모 5개월 전 정원 5명으로 구성한 ‘별동대’ 성격의 신설 조직이다. 여기에는 남 변호사 소개로 입사한 정아무개 변호사가 투자사업파트장을 맡았는데, 정 회계사 쪽 사람이 전략사업팀을 총괄하는 팀장을 맡은 것이다. 김 전 팀장은 <한겨레>에 “정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며 관계를 인정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공채로 채용하긴 했지만 정 회계사 쪽에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대장동 개발의 핵심이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인데 두 사람이 한 명씩 전략사업팀에 (자기 쪽 사람을)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김 전 팀장은 회계사 출신으로 2014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사 전에는 건설사에서 일했다. 김 전 팀장은 입사 이후 실장급으로 승진 한 뒤 최근 그만두고 민간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지현 정환봉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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