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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하사 변희수 ‘군인의 삶’ 소명…연대 믿으며 성소수자 차별에 저항

등록 2021-10-08 05:00수정 2021-10-09 02:30

빨리 군인 되고 싶어 특성화고 진학까지
특기·성과 출중했지만 성전환 뒤 강제전역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3월2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연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들이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분홍·하늘·흰색 우산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3월2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연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들이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분홍·하늘·흰색 우산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끝까지 싸울 겁니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를 쟁취하고, 차별 없는 군을 만들기 위해서 기갑부대의 모토인 ‘기갑 선봉’답게 선봉에 나가서 싸울 거예요.” 

성전환 수술 뒤 2020년 1월22일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고 변희수 전 하사는 같은 해 3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에 다시 돌아가기 위한 소송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역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끝까지 싸우겠다”던 변 전 하사는 지난 3월3일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군인의 삶을 자신의 소명이라 여겼다. 더 빨리 군인이 되는 방법을 찾다 고교 진학도 부사관 양성 특성화고(삼계고교)를 택했다. 2016년 9월 입대해 훈련소와 육군부사관학교, 기계화학교를 거치고 2017년 3월 육군 부사관이 됐다. 그의 주특기는 전차 조종이었다. 변 전 하사는 소속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전차 조종 에이(A)등급을 받았다. 참모부서 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된 뒤에도 공군참모총장상을 받는 등 성과를 냈다.

그러나 군에 적응할수록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로 인한 우울증 증세는 더 깊어져갔다. 그런 그에게 성확정(성전환) 수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변 전 하사는 상관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 2019년 11월 타이(태국)에서 성확정 수술을 했다. 그 뒤 육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군인으로 사는 삶을 포기할 수 없던 그는 전역심사 연기를 요청했고, 변 전 하사의 긴급구제 신청을 받아들인 국가인권위원회도 심사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군은 지난해 1월22일 전역심사위를 열어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그는 강제 전역이 결정된 당일 기자회견에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변 전 하사는 생전에, 숙명여대 법학부에 2020년 신입생으로 합격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입학을 포기한 트랜스젠더 한주연(가명·23)씨에게 쓴 편지에서 “우리와 연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을 것이라 믿는다”며 뒤에 걸어오는 이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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