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 기획본부장, 대장동 민간개발업자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한겨레 그래픽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사전구속영장을 1일 재청구했다. 이 사건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와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도 유동규(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범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김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를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뇌물공여약속)하고, 이와 별개로 회삿돈으로 5억원(1천만원짜리 수표 40장+현금 1억원)을 먼저 전달(횡령 및 뇌물공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씨가 공사 쪽이 가져갈 수 있었던 최소 651억원의 택지 분양 및 아파트 분양 이익을 챙긴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배임 공범)도 적용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도 같은 액수의 배임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친동생과 지인,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부인을 직원이나 고문으로 허위로 올린 뒤 월급을 주는 식으로 회삿돈 4억4000만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도 새로 적용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달 김씨의 첫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배임 액수를 ‘1100억원+알파’로 특정하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뇌물을 현금 5억원이라고 소명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이번에는 배임 액수를 절반 가까이 깎은 ‘최소 651억원’으로, 뇌물은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으로 전달했다고 범죄사실을 바꿨다. 검찰 관계자는 “배임 액수가 바뀐 것은 산정방식을 달리했을 뿐 기본 사실관계는 변함이 없다. 수사에 따라 배임 액수는 수천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김씨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됐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가장 확실한 액수만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첫 구속영장에 담았던 곽상도 의원에 대한 50억원 뇌물공여 혐의도 일단 빠졌다. 곽 의원을 아직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속영장 기각을 막기 위한 안전한 선택을 한 셈이다.
다만 수사팀은 5억원 뇌물 혐의와 관련해 “김씨가 발행한 수표가 유동규를 거쳐 남욱·정민용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최종 도착지가 남욱·정민용인 수표를 ‘유동규 뇌물’로 볼 수 있는지는 수사팀이 법원에 소명해야 할 부분이다.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민용 전 실장은 남욱 변호사 측근으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 및 사업 설계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실장과 유 전 본부장이 함께 설립한 유원홀딩스에 남 변호사가 뇌물 35억원을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대장동 4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를 “공모 관계”로 적시했다. 검찰에 녹취파일을 제공한 정 회계사 역시 조만간 피의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 등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오는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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