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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배드파더스’ 사진공개 중단되자 양육비 끊은 부양자들

등록 2021-11-02 14:01수정 2021-11-03 02:36

사이트 폐쇄 뒤 양육비 중단 사례 반복
정부, 양육비 이행법 개정에도 한계 뚜렷
“개인 특정되지 않으면 신상공개 효과 없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배드파더스에 사진이 공개되고 난 뒤에야 매달 양육비와 과거 밀렸던 양육비를 조금씩 주기 시작했는데 사이트가 사라지고 나서는 결국 도돌이표네요.”

양육비 지불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부양자의 신상을 공개해 온 민간 사이트 ‘배드파더스’ 전 관계자에게 들어온 제보다. 배드파더스가 지난달 20일 문을 닫은 뒤 기다렸다는 듯 양육비를 끊어버리는 부모가 발생하고 있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부가 직접 신상공개에 나섰지만,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 등 제도에 허점이 있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에 근거해 정부는 올해부터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배드파더스가 수년 전부터 앞서 하던 ‘책임자 표명’ 방식이었다. 사실상 정부가 뒤늦게 공공역할로 수용한 것임에도 이후 조치들의 한계는 뚜렷하단 평가가 많다. 예외 조항 때문이다. 운전면허 정지는 최장 100일까지고, 양육비 채무자가 운전이 생업이라는 점을 증명하면 그 또한 예외다. 출국금지는 채무액이 5000만원 이상 또는 채무액 3000만원 이상에 최근 1년간 해외를 3차례 이상 다녀오거나 해외체류가 6개월 이상인 채무자에게만 취할 수 있는 조치다. 지급해야 할 양육비가 월 50만원인 채무자가 양육비를 8년 동안 내지 않아야 출국금지 대상이 되는 셈이다.

양육비 채무자를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얘기되는 명단공개 방식에 있어서도 제한적이다. 개정안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말 이름, 나이, 직업, 주소 일부가 공개될 예정이지만 여기서도 사진은 제외된다. 양육비 채무자가 누군지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여성가족부는 채무자 직업도 ‘회사원’‘공무원’‘자영업자’ 식으로 공개할지, 직장명 등 좀 더 자세한 직업 정보를 공개할지 논의 중이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전 대표는 “신상공개는 개인이 특정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동명이인이 많아서 사진 없는 명단공개는 양육비 미지급자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양육비 미지급자의 사진까지 공개하던 배드파더스가 문 닫자 양육비를 끊는 사례가 반복해 발생하고 있다. 문 닫은 지 10여일 만에 배드파더스 쪽에만 10건 이상의 제보가 들어왔다. 대부분 사진 공개 전 사전통보만으로 양육비를 지급해왔던 이들이다. 구 전 대표는 “대기업 회사원,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채무자의 경우 대부분 (신상공개 이전의) 사전통보만으로 해결됐다. 개인이 특정돼 회사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정부 제재가 통할 사람도 있겠지만 양육비를 줄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양육비 이행법이 본격 시행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실효성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 인정숙 과장은 “사진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한해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자는 사진공개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제재가 이제 막 시행돼 실효성을 판단하기엔 이른 상황”이라고 했다. 여가부의 명단공개는 양육비 채무자에게 3개월간 의견진술 기회를 준 뒤 올해 12월 말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여가부는 지난달 11일 양육비를 미지급한 2명에게 출국금지, 지난달 28일에는 6명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요청한 바 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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