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50억원 클럽’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지난달 불러 조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검찰은 같은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최근 불러 조사하는 등 50억원 클럽 의혹 규명에 의지를 보이는 모양새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지난달 말 권 전 대법관을 불러 50억원 클럽 의혹 및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은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지난해 11월27일 첫 조사에 이어 두 번째 조사다. 50억원 클럽은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뜻하는데, 권 전 대법관의 이름이 여기에 거론됐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그해 11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10개월가량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 의혹을 받는다. 법관 퇴임 뒤 변협에 변호사 등록 없이 법률 자문을 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권 전 대법관은 재판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대법관 시절인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경기도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때 다수 편에 섰는데, 그 대가로 화천대유 고문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검찰은 최근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보고서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법원에 두 차례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6일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닌 변호사법 위반 의혹 관련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했다.
50억원 클럽 의혹이 제기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로비 의혹 수사에 타격을 받은 검찰은 최근 로비 수사에 다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일 50억원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검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화천대유 직원이던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가 분양한 아파트 잔여분 1채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았다. 박 전 특검은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도 관련 있다. 중수부 수사 당시 박 전 특검은 대장동 사업가에게 1155억원가량의 불법대출을 알선한 조아무개씨의 변호를 맡았는데, 중수부는 조씨를 상대로 계좌추적까지 벌여놓고 참고인 조사만 하고 그를 처벌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 주임검사는 박 전 특검과 친분이 두터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다.
검찰은 알선수재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보완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대장동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하나은행쪽에 영향력을 행사한 뒤, 그 대가로 아들 퇴직금 등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1일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불러 조사를 하는 등 보완수사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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