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난민캠프에 보낼 물품들을 모집한다는 안내문. 생엉씨 제공
“언론이 항상 미얀마 소식만을 전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도 세계 각지의 미얀마 시민들은 여전히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장기전이 되더라도 군부 쿠데타 세력이 무력해지는 그날까지 싸울 테니 관심을 가져 주세요.”(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인 ㄱ씨)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1년, 3441㎞ 떨어진 타지에서 지금도 애를 태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지금도 고국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은 미얀마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거두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호소한다.
한국에 있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자국의 상황을 지켜보며 투쟁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 ㄱ씨는 “미얀마 시민들은 ‘우리 모두가 시민군이다’라는 생각으로 군부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전쟁터에 꼭 나가야만 시민군이 되는 게 아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시민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하루치 노동 임금을 모아 정기적으로 고향에 보내는 ‘원데이 챌린지’에 참여하는 미얀마 시민들도 있다. 얀 나잉 툰(51)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 한국대표부 특별대사는 “8만원에서 30만원씩 하루치 임금을 매달 모아 미얀마에서 파업 등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는 노동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매달 1억5천만원 넘게 후원금이 모인다”고 말했다. 얀 나잉 툰 특사는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88년 미얀마 대규모 민주화운동인 ‘8888항쟁’에 참여한 뒤 1991년 군부 탄압을 피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자국의 민주화를 응원하는 한국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미얀마 난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보내는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생엉(49)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미얀마 난민 캠프에 옷이나 학용품, 담요, 아기띠 등의 물품을 보내는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그때 한국 시민분들이 많이 참여해줘서 깜짝 놀랐다”며 “캠페인에 참여하신 분들이 ‘(미얀마 시민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다’고 말씀을 많이 하셨다. 정말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난민 캠프에 지원물품을 보내는 캠페인은 오는 3월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2018년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온 묘헤인(30)씨도 “처음부터 한국 시민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해줬다. 앞으로 미얀마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한국 사회의 지원과 도움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한겨레>와의 화상 인터뷰를 한 얀 나잉 툰 민족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특별대사.
이들은 미얀마 사태가 장기화하며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들의 ‘여권 기간 연장’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얀 나잉 툰 특사는 “주한 미얀마 대사관은 군부 세력 편으로 이들은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 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며 “체코나 호주에서는 미얀마 시민의 여권 기간 연장을 민족통합정부 대표부가 해줄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여권 기간에 관한 규정을 완화하여 비자를 발급해 주거나, 민족통합정부 대표부의 확인서로 여권 기간에 대한 규정을 완화해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