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한번 못하고 1차 구속기한 넘긴 곽상도

구치소 내 코로나19 등 이유로 조사 불응
수사팀, 구속기간 연장…강제구인도 검토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수십억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4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50억원 클럽 의혹 규명에 필요하다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구속영장을 어렵게 받아낸 검찰이 조사 한번 하지 못하고 구속수사 기한 절반을 흘려 보냈다. 곽 전 의원이 ‘구속 불필요’를 주장하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곽 전 의원 1차 구속수사 기간(열흘) 만료일인 13일까지 구치소에 수감된 곽 전 의원을 상대로 단 한차례 조사도 하지 못했다. 검찰은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두달여 만인 지난 4일, 대장동 민간 사업자 편의를 봐준 대가 등으로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곽 전 의원 구속영장을 받아냈다. 수사팀은 지난 7일부터 날마다 곽 전 의원 조사를 시도했지만, 곽 전 의원은 구치소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변호인 접견이 어렵다는 이유 등을 대며 출석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수사팀은 곽 전 의원 구속수사를 23일까지 열흘 연장했다. 이 기간 안에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재판에 넘겨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온 곽 전 의원이 조사를 최대한 늦추다가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는 구속 여부를 다시 판단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수사팀은 남은 기간에도 곽 전 의원이 계속해서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구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각각 뇌물과 정치자금을 준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관련 조사를 거부하자, 지난 10일 구치소에 수감된 두 사람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곽 전 의원의 경우 법원에서 새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필요 없이 기존 구속영장을 통해 강제 구인이 가능하다.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피의자 소환을 위해 노력 중이다. 계속 조사에 불응하는 경우 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