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건희씨. 공동취재사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당초 알려진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구속기소) 외에 또 다른 주가조작 가담자에게도 증권계좌를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 쪽은 “손실을 본 뒤 2010년 5월 이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해명했다가, 주가조작이 한창이던 2011년 이후 주식거래 사실이 새로 드러난 뒤에야 “거래는 있었지만 주가조작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공범이 김씨 계좌를 범죄에 이용한 사실을 수사팀이 이미 확보한 상황이어서, 주가조작 기간 전후로도 오랜 기간 권오수(구속기소)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금전거래를 지속해온 김씨 공모 여부 판단에 주요 근거가 될 전망이다.
<한겨레>는 22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요청으로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공소장에 첨부된 주가조작 범죄일람표를 확인했다. <한겨레>는 이미 공개된 주식거래 내역, 권 전 회장 등의 재판 증인 및 사건 관계자, 수사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 등을 교차 취재한 결과, 검찰이 주가조작 범행에 이용됐다고 판단한 157개 증권계좌 가운데 김씨 명의 계좌는 기존에 알려진 계좌 외에 4개가 더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앞서 다른 방식으로 검증한 <뉴스타파>도 같은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다.
확인된 김씨 명의 증권계좌는 △김건희가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구속기소)에게 제공했다고 밝힌 신한증권 1계좌 △투자자문사 이아무개 대표(구속기소)가 범죄에 이용한 2계좌 △권오수(구속기소)의 매수 권유로 김건희가 직접 주식을 사는데 이용한 2계좌 등 5개다.
검찰 공소장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면, 주가조작 선수 이씨는 2010년 1월 김씨 신한증권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67만여주(17억3200여만원어치)를 대량 매수했다. 또 다른 주가조작 가담자 이 대표는 2010년 10월~2011년 1월 김건희씨 명의 증권계좌 2개를 통해 49만여주(18억4600여만원어치)를 샀다. 이 외에도 권 전 회장 범죄일람표에는 김씨가 증권계좌 2개를 통해 직접 8만5천여주(4억9000여만원어치)를 매수한 사실이 포함됐다. 검찰은 이를 ‘호재성 정보를 은밀하게 알려주는 식의 비정상적 매수 권유 행위’에 의한 거래로 판단했다. 권 전 회장 말을 듣고 김씨가 주식을 샀다는 판단이다. 이를 종합하면 검찰이 기소한 주가조작 혐의 거래 가운데 125만3800여주(40억7150만원)가 김씨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대량 매집을 통한 주가 띄우기에 이용된 157개 계좌 매수금액 654억원 가운데 6.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검찰 판단에 따르면, 2010년 1월~2011년 3월 김씨 명의 계좌로 통정매매(106건), 고가매수(113건), 물량소진(45건), 허수매수(16건), 종가관여(4건) 등 284차례 시세조종이 이뤄졌다.
윤 후보쪽은 2010년 5월 이후 거래는 김씨가 직접한 것이고 주가조작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한겨레>에 “일관되게 밝혀온 바와 같이 주가조작 범행을 공모하거나 이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 검찰이 2년간 수사하고도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못한 사건이다. 검찰의 공소장 범죄일람표는 그 근거와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고, 오류나 향후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3일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며 “국민적 의혹이 있는 주요 인물의 가담 여부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공보검사를 통해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